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7-16 13:38:52
부산미술협회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본상 수상자인 공예가 최시복 수상 기념전 ‘최시복 칠예전’이 15~20일 부산 수영구 금련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5일 오후 6시 개막식을 겸해 열린 시상식에서 최 작가는 “제가 매진하고 있는 옻칠공예 작업을 두루 알릴 기회가 되어서 부산미술협회에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상으로 상금 500만 원을 받았다.
이번 수상 기념전에선 전통적인 칠공 제작 방식인 목심저피칠도(木芯紵皮漆塗) 기법의 작품부터 개념적인 형상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대 옻칠공예 작품을 선보인다. 최 작가의 작업은 전통 옻칠공예에 기반한 현대적인 감각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의 숙련된 공예기법은 전통과 현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 전통 옻칠공예를 현대화한 작가로 주목받으며, 재료가 지닌 물성의 느낌과 미학적 사유를 조화롭게 표현한 공예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적으로 드로잉만 하더라도 그는 연필 대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 “물론 손도 훌륭합니다. 손으로 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 증강 시대에 맞춰서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겁니다. 제 작업은 전부 오픈 시(OpenSea, 미국의 NFT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올려서 디지털화되어 있습니다.”
옻칠공예라는 전통 작업을 하면서 첨단 디지털의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이야기하니 선뜻 이해되지 않아서 질문을 반복했다. 예를 들면, 디지털로 작업하면 대량 복제가 가능하고, 희소성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되묻는 식이다. 그러자 최 작가는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옛날 사고방식이고,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게 희소성 때문에 비싼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예술품이 명품보다 비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대 옻칠공예는 크게 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가 미술로서의 옻칠공예이고, 두 번째는 불교 사찰에서 전승되는 옻칠공예로, 사찰의 다양한 기물에서 사용되는 점이 있고, 마지막은 식기로 사용되는 옻칠공예 분야이다. 당연히 그는 미술로서의 옻칠공예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디지털로 작업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혔다.
“조형의 요소가 그림만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즉, 재료, 마티에르, 색상, 형태 등 어떤 섬세한 부분까지도 현실 증강에 가깝도록 잘 펼칠 수 있는 건 디지털 덕분입니다. 옻칠공예 작업이야말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멋진 장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58년생의 최 작가는 부산디자인고등학교(현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 부산산업대(현 경성대) 예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부산대 조형예술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한편 오늘의 작가 청년작가상 수상자인 이지훈 작가 수상 기념 개인전 ‘TIMESLIP-blue’는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금련산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청년작가상 수상자는 상금 400만 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