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전기, GM도 주목하는 ‘블로어 모터’ 분야 ‘진돗개 작전’으로 세계 1위 노린다 [중견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효율·소음 기준 등 기술력 탁월
현 최고 日 덴소사 추월 가시권
기장군에 9000평 새 공장 건설
“글로벌 블로어 모터 메카” 포부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2025-10-12 19:30:00

효성전기 정진근 대표가 지난달 29일 부산 기장군 본사에서 블로어 모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효성전기 정진근 대표가 지난달 29일 부산 기장군 본사에서 블로어 모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자동차용 모터 전문 기업 효성전기(주)는 ‘블로어 모터’ 분야에서 ‘글로벌 1위’ 타이틀을 가시권에 둔 기업이다. GM, 포드 등 세계적인 완성차업체가 이 기업 기술에 주목해 차세대 블로어모터 성능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블로어 모터란 자동차 에어컨 및 히터 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차량 내부로 공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효성전기는 최근 차세대 블로어 모터를 개발해 미국, 유럽, 일본 등지를 돌며 제품 설명회를 가졌다. 당시 GM, 포드 등이 관심을 가졌고, 현재 제품 성능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테스트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제품 납품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전기 정진근 대표는 “새로 개발한 블로어 모터는 기존 제품보다 효율과 소음 기준을 월등히 뛰어넘는다”며 “기술력이 공식 확인되면 세계 1위 타이틀이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블로어 모터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은 일본 덴소(Denso)사다. 덴소는 일본 토요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독일 보쉬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부품 기업이다. 규모나 기술력이 큰 데다 시장 표준을 만들어온 기업인 만큼 부산 중견기업 효성전기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효성전기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일명 ‘진돗개 작전’으로 역전을 꿈꾸고 있다. ROTC 장교 출신인 정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무기는 결국 스피드, 서비스, 그리고 가격 경쟁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붙들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거대 기업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1973년 설립된 효성전기 성장사는 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 시작은 북치는 토끼 인형에 들어가던 손바닥만 한 완구용 모터였다. 일본 제품 모방으로 걸음마를 뗀 작은 회사는 헤어드라이어, 진공청소기용 모터 등으로 기술을 축적했고, 마침내 자동차 부품 시장에까지 뛰어들었다.

기업 성장에는 과감한 도전과 결단이 힘이 됐다. 1999년 미국 델파이와의 계약 과정이 대표 사례다. 당시 연간 450만 대의 물량 중 효성전기가 따낸 것은 고작 16만 대. 하지만 효성전기는 경쟁사보다 1달러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고, 불량이 발생했을 때 원인 분석에 한 달 넘게 걸리던 경쟁사와 달리 며칠 만에 해결책을 내놓는 기민함으로 신뢰를 쌓았다. 3년 뒤인 2002년, 효성전기가 델파이의 물량 450만 대 중 300만 대를 차지하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전 세계가 멈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도 효성전기는 오히려 미래 준비에 나섰다. R&D 인력 70명의 절반을 과감히 떼어내 미래 준비에 투입한 것이다. 정 대표는 “전기차, 수소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였다”며 “연구원들에게 뭐라도 좋으니 미래 먹거리를 찾아오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직원들은 선박, 농기계, 방산업체 등을 누비며 새로운 기회를 탐색했다. 마침 이들 산업에서 동력원이 전기와 수소로 바뀌며 고성능 모터 수요가 폭발하던 시점이었다. 이런 결단 덕에 효성전기는 자동차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효성전기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산 기장군 9000평 부지에 800억 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블로어 모터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또한 이곳에는 지역민들을 위한 ‘모터 박물관’ 등도 구상 중이다. 지역의 자원들이 지역 주력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는 "효성전기가 블로어 모터 분야 1위가 된다면 지역 경제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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