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2025-11-03 19:00:00
모빌리티 딥테크 스타트업 모플랫의 김태웅 대표. 정대현 기자
부산이 ‘인재 유출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이 지역 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 모빌리티 딥테크 스타트업 (주)모플랫이 부산대학교와 손잡고 맞춤형 인재 양성에 직접 나선 것이다.
모플랫은 2025년 2학기부터 부산대학교 전기공학과와 계약학과를 신설·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계약학과’란 대학과 산업체가 계약을 맺고, 산업계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거나 재교육하기 위해 운영하는 학과다. 통상 대기업이 우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모플랫처럼 지역에 기반을 둔 유망 스타트업이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는 매년 수많은 공학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부산의 고질적인 ‘인재 블랙홀’ 현상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모플랫 김태웅 대표는 “지역의 우수한 반도체 관련 전공 학생들이 졸업 후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아 부산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모플랫이 이들 지역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모플랫은 이미 부산대 출신 인재 1명을 채용해 함께 일하며 계약학과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학과를 개설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는 없다.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기업의 매력도가 핵심이다.
이러한 매력은 시장의 평가로도 이어진다. 모플랫은 최근 국내 유수의 투자사들로부터 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부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선 이례적인 규모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입증받았다는 의미다.
2021년 설립된 모플랫은 이러한 매력을 ‘세계 최초’의 기술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모플랫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자동차용 자발광 양자점 LED(QD-LED)’를 세계 최초로 공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 대표는 “CES 당시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물론 유수의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들이 부스를 방문해 기술력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업무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모플랫의 QD-LED 기술은 색 재현율, 내구성,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 LED나 OLED를 넘어서는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저전력·고휘도·경량화 특성 덕분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고성능 라이팅 구현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모플랫은 이러한 QD-LED 기술을 자체 개발한 자동차 라이팅 제어 솔루션과 결합해 차량 내·외부 어디서나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발전시키고 있다. QD-LED는 투명하거나 유연한 형태로 구현이 가능해 적용 범위가 넓으며, 운전자·보행자·차량 간 상호 인지를 돕는 시각 인터페이스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용자와 환경이 상호 교감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모플랫은 국내 완성차업체와 복수의 글로벌 OEM과 함께 실제 차량 탑재를 위한 기술 검증(PoC)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차량 외장에 부착되는 만큼 충돌, 기후 변화 등 수많은 안전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허들이 있다”면서도 “이미 OLED 기반의 라이팅 솔루션이 실제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그 다음 세대인 QD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2028년께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