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전망대 넘어 식당·호텔까지… 성큼 다가온 바닷속 세계 [71%의 신세계, 해저시대로]

① '용궁'을 현실로

비취빛 바닷속은 치유의 공간
해저 향한 호기심 이미 상품화
고액 비용에도 인간 욕망 자극
해양 인프라 갖춘 부산엔 호기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2025-11-20 20:10:00

세계적인 휴양지 몰디브의 랑갈리섬에 있는 세계 최초 해저 레스토랑 ‘이타(Ithaa)’. 초대형 아크릴창으로 인도양 바닷속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세계적인 휴양지 몰디브의 랑갈리섬에 있는 세계 최초 해저 레스토랑 ‘이타(Ithaa)’. 초대형 아크릴창으로 인도양 바닷속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별주부전〉의 ‘용궁’과 〈인어공주〉의 ‘바다왕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해저는 꿈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동화 속 세상이 시나브로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바닷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관광·레저 시설은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한다.

■‘수중’ 매력에 빠지다

지난 13일 낮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해변에서 바다로 길게 뻗은 다리 끝에 동그란 접시를 엎어놓은 듯한 탑이 눈에 들어온다. 5년 전 과학관과 함께 문을 연 ‘바닷속전망대’다.

거친 파도가 이는 짙푸른 동해 바다와 달리 전망대 안은 다른 세상이다. 하나 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사위가 고요해진다. 일흔 다섯,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자 드러난 전망대 내부는 온통 비취빛이다.

수평선 7m 아래, 24개 창을 통해 들어온 옥색 자연 조명이 마치 용궁에 온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와 청각·보말 등 창틀에 붙은 해양생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날은 평일이지만 남녀노소 방문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이도 어른도 한참을 창 앞에 서서 ‘물멍’에 빠져든다. 광주광역시에서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전망대를 찾은 이수혁(42·가명) 씨는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지만 어른 입장에서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가 치유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국립울진해양과학관의 부속시설 중 하나인 바닷속전망대는 입소문이 나면서 과학관의 ‘얼굴’이 됐다. 개장 5년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에는 10년 전 울릉도에 문을 연 천부해중전망대까지 모두 2곳의 해저전망대가 있다. 우리나라가 해저시대로 향하는 첫걸음, 관문이라 할 만한 곳이다.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이 해저 7m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의 풍경에 눈길이 사로잡혔다. 이대진 기자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이 해저 7m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의 풍경에 눈길이 사로잡혔다. 이대진 기자

■바다와 함께 잠을

바닷속을 엿보려는 호기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현실판 용궁’이 생겨나고 있다. 전망대를 넘어 식당·호텔이 속속 들어서 운영을 시작했다.

인도양 몰디브의 랑갈리섬에 있는 ‘이타(Ithaa)’는 세계 최초 해저 레스토랑이다. 2005년 바다 아래 5m 지점에 문을 연 이 식당은 투명 아크릴 터널 구조로, 바닷속을 180도 조망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 있는 ‘레드씨 스타’ 레스토랑은 우리나라 해저전망대와 비슷한 구조다. 해안에서 70m 다리를 걸어 해수면 5m 아래로 내려가면 대형 통창 여러 개를 갖춘 식당이 나온다.

물고기와 눈을 맞추다 잠들 수 있는 해저 호텔(객실)도 여럿이다. 해저 식당 이타가 있는 ‘콘래드 몰디브 랑갈리’, 수중 스파를 갖춘 ‘후 바펜 푸시 몰디브’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줄스 언더씨 롯지’의 수중 객실은 다이빙을 해 입실하는 게 특징이다. 중국의 폐채석장을 활용한 ‘인터컨티넨탈 상하이 원더랜드’는 인공호수 아래 수중 레스토랑과 객실을 갖췄다.

이들 호텔은 하룻밤 숙박비가 최소 100만 원을 호가한다. 두바이에 있는 워터파크 ‘아틀란티스 더 팜 호텔’은 단 2개의 수중 객실을 운영하는데, 1박에 무려 1000만 원이 넘는다.

현재 해저 식당·호텔은 세계에서 몇 없는 최고급 시설이어서 대중적으로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해저를 향한 인간의 관심과 욕망만큼은 대중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전망대’ 입구. 나선형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해저 7m 지점에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대진 기자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전망대’ 입구. 나선형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해저 7m 지점에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대진 기자

■해양관광의 ‘끝판왕’

부산을 비롯해 바다를 끼고 있는 동남권은 ‘해양관광’이란 축복을 받은 지역이다. 이에 더해 해저시대가 열린다면 해저 접근성 면에서 또 하나의 특권을 갖는다.

부산은 해양관광 분야에서도 명실공히 ‘해양수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우리나라 연안지역 해양관광시장 소비규모’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부산 연안은 6조 3796억 원(전국의 16.4%)으로, 2위 전남 연안(5조 1945억 원), 3위 경남 연안(5조 1633억 원)과 큰 격차로 1위다.

부산은 이미 크루즈·요트 관광이 자리잡았고,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춘 데다 맛집·쇼핑 등 여가·오락 거리도 풍부하다. 기존 인프라 위에 해저 관광을 더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게다가 해저는 상대적으로 계절·날씨 영향을 적게 받아 사계절형 관광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적합하다. 외국인에 초점을 맞추면 해저의 잠재력은 더욱 커진다. KMI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해양관광 소비 규모는 1조 258억 원으로 42.3% 급증했다. 지역별로 부산 연안이 42.1%로 외국인 관광의 ‘최대 바다’였다.

외국인 평균 결제금액은 회당 8만 8739원으로 내국인(2만 2719원)보다 4배 가까이 많았는데, 특히 숙박(51.5%)에 절반 이상을 소비했다. 부산 연안이 해저 호텔 같은 최고급화 전략을 앞세운다면, ‘큰손’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석호 마이스부산 대표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고 독보적인 해저 시설이 생긴다면 자체 수익과는 별개로 부산이란 도시에 대한 유무형의 홍보 효과도 분명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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