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결정으로 이어진 부산예술대 재정난, 이유는 ‘기관평가인증’ 의무화?

교육부, 올해부터 미인증 전문대 대상
재정 지원과 학생 국가장학금 등 제한
신입생 모집 어려워져 등록금 못 받아
“운영비 마련 방안 없어 폐교 불가피”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2025-11-23 17:29:17

지난 6일 부산 남구 부산예술대학교 캠퍼스 게시판에 폐교 추진 반대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6일 부산 남구 부산예술대학교 캠퍼스 게시판에 폐교 추진 반대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울산·경남 유일의 예술 전문대학인 부산예술대가 재정난으로 폐교 절차(부산일보 11월 10일 10면 등 보도)를 밟는 배경에는 정부의 전문대 재정 지원 기준 변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 측은 학생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면서 결국 폐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3일 부산예술대에 따르면 부산예술대는 1994년 개교 이래 ‘전문대학 기관평가 인증’을 한 차례도 통과하지 못했다. 소규모 지방 전문대 특성상 취업률과 재정 지표가 다른 대학에 비해 불리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증을 취득하려면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행정력이 이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부산예술대는 설명한다.

기관평가 인증은 전문대학이 고등 교육기관으로서 기본 요건과 우수한 교육·연구의 질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대학·전문대학 협의체가 설립한 한국대학평가원과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이 평가를 담당한다.

그동안 부산예술대는 사학진흥재단 ‘재정진단’만을 통과해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기관평가 인증을 받지 못한 결과 ‘전문대 국가 지원 사업’에 지원할 수 없었다. 즉 중앙정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진 못한 것이다.

대학재정알리미 고등교육 재정 지원 공시에 따르면, 실제로 부산예술대는 지난해 중앙정부 사업 일반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부산경상대가 96억여 원, 동의과학대가 81억여 원, 부산과학기술대가 123억여 원을 지원받은 것과 대조된다. 이들 학교는 고등직업교육 거점지구 사업(HiVE 사업),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 전문대학 육성사업(LINC 3.0) 등 국가 지원 사업에 참여해 연간 수십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받았다. 부산예술대는 이 같은 사업에 도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등록금과 국가장학금이 사실상 유일한 주요 수입원이다.

올해부터 정부의 바뀐 재정 지원 기준이 적용된 점은 부산예술대에 큰 타격이었다. 앞서 교육부는 2023년 3월 ‘대학 일반 재정 지원을 위한 평가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전문대가 재정진단과 기관평가 인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명목에서다.

바뀐 정책에 따라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에 일반 재정 지원은 중단된다. 내년 신·편입생들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도 받지 못하게 된다. 기관평가 인증은 받았으나 재정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대학의 일부 신·편입생만 학자금 대출이 허용된다.

부산예술대는 기관평가 인증을 받지 못해 결국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졌고, 주요 수입원인 등록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부산예술대 측은 결국 학교 운영비를 마련할 방도가 없어져 폐교가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부산예술대 관계자는 “기관평가인증을 받지 않아 페널티를 받아 왔는데 갑자기 국가장학금까지 끊기게 됐다”며 “학교 지원은 줄이더라도 학생 장학금까지는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많은 전문대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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