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6-09-14 14:39:25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의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학 잡지 <인디고잉>이 가을을 맞아 92호를 출간했다. 인디고 서원 제공
청소년 인문학 잡지 <인디고잉> 92호에 실린 청소년 글. 인디고 서원 제공
청소년 인문학 잡지 <인디고잉> 92호에 실린 청소년 글. 인디고 서원 제공
어린이 대상 인문학 잡지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가을호. 인디고 서원 제공
전국에서 유일한 어린이, 청소년 인문학 전문서점이 부산에 있다. ‘인디고 서원’이 바로 그 현장이다. 이 곳의 청소년이 만드는 잡지 <인디고잉>과 어린이 대상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역시 대한민국에서 하나뿐이라는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 출간된 <인디고잉> 92호(가을호)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생각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진도, 폭우도 아닌 빙하가 녹아 생긴 거대한 홍수가 네팔을 덮쳤다. 피해의 규모를 정확히 가늠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 거대한 비극은 네팔과는 먼 어떤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에어컨을 펑펑 틀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며, 마음껏 음식을 먹고 물건을 사고 버리며 이미 예고된 참사였다. 우리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부산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청소년들은 모두를 죽음으로 내모는 거짓된 풍요 속에서, 세계를 구할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돈을 많이 벌면 피해를 면할 수 있다거나, 이 편리한 세상이 영원할 것 같다는 착각이 이런 비극을 불러왔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벗어나 생명을 구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인디고잉> 92호에서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렸던 이 이야기들을 벗어나, 이미 우리에게 존재했던 생명의 이야기들을 발견하자고 말한다. 불평등에 분개하는 정의감과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유대감,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다정함, 우리는 이미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더 넓은 곳으로 퍼뜨리는 일이다.
AI가 빠르고 쉽게 원하는 답을 알려주는 세상이다. 하지만 인디고 서원의 청소년들은 마주한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일 자체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언어가 필요한지, 위기 앞에서 우리의 할 일이 무엇인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 시대를 점령한 예정된 비극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인디고잉> 92호의 주제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삶”이다. 현재 인디고 서원을 비롯해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인디고잉 가격은 1만 5000원이다.
어린이 인문학 잡지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가을호도 나왔다. 이번 호의 주제는 “희망은 우리가 만드는 거예요”다. ‘희망’을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쓰고, 말하고, 질문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으로 바라본다. 한 사람의 작은 희망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또 다른 행동을 이끌어내며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특히 이번 호는 ‘읽기와 쓰기’라는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행위가 어떻게 희망을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책읽기와 글쓰기는 때때로 어렵고 귀찮은 숙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어린이가 한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다음 이야기도 읽어주세요”라고 부모님과 선생님을 조르곤 했다. 그 기억을 다시 불러내며,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에서 질문이 시작되고, 질문에서 생각이 자라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좋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단어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용해야 할까?’를 어린이들과 함께 고민한다.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 읽으면 좋은 책, 생각해볼 질문, 실천할 수 있는 활동 등을 제안해 어린이들이 직접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인디고 서원을 비롯해 전국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은 1만 2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