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영화 ‘공조’가 처음 언론에게 공개되던 날 ‘주연배우 현빈(35 본명 김태평)이 흥행의 한을 풀겠구나’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더랬다. 그러나 정작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흥행이나 인기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흥행의 기준이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의 전작 ‘역린’은 당시 개봉일이 2014년 4월30일로 예정됐지만 개봉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홍보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됐다. 당시 온 국민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 세상에 나온 ‘역린’은 최종 관객수 384만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나 ‘대박’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안겼다. 마음껏 홍보할 수 있는 여건이나 영화를 즐길 분위기가 아니었던 당시 환경이 다소 야속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3년 뒤 해소했다. 설연휴에는 역시 가족관객이 많이 찾는 가벼운 코미디나 액션물이 흥행에 성공한다는 공식을 새삼스레 입증한 ‘공조’. ‘더 킹’과 같은 날 개봉해 역주행 1위 주인공이 됐고 500만 돌파까지, 승승장구 중이다. 명절 오락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점이 흥행에 주효했다. 흥행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영화 ‘투캅스’ 같은 현빈-유해진의 찰떡호흡이며 또 다른 하나는 부상 위험이 있음에도 스턴트를 쓰지 않고 직접 현빈이 거의 모든 액션을 소화해 그림 좋은 액션신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스턴트맨이 연기하려던 장면의 안전장치들이 완벽해 보여 내가 하겠다고 했고 액션의 90% 이상을 직접 했어요.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사람도 있었고 위험한 순간엔 ‘이러다 뼈가 부러질 수도 있겠다’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안 해본 장르이고 매력적인 역할이라 욕심났어요.”
‘공조’는 ‘남북 최초 비공식 합동수사’라는 색다른 설정 위에 위조지폐 동판을 두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북한형사(현빈)와 남한형사(유해진)이 좌충우돌하는 내용. 이야기는 비밀리에 제작된 동판을 탈취하려는 북한 범죄조직에 의해 아내와 동료를 잃은 북한형사 림철령(현빈)이 남한에 숨어든 조직 리더 차기성(김주혁)을 잡기 위해 서울에 파견되면서 시작된다. 철령을 열연한그와 만나 ‘배우’, ‘인간’ 현빈을 조목조목 파헤쳐봤다.
-이렇게 액션연기를 능숙하게 하는데 그동안 안 했던 이유는 뭔가.
▲안 한 건 아니고 마음에 드는 액션물 시나리오가 없어서 안 했다. 그동안 로맨스들을 많이 했지만 매번 새로운 캐릭터들을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액션연기가 좋더라. 액션은 할 때는 무척 힘들지만 해놓고 나면 다른 연기보다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훨씬 커서 매력 있다.
-다른 배우들은 액션 하면서 동시에 감정이나 내면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던데.
▲나 역시 쉽진 않았다. 액션신들이 모두 다른 느낌으로 보이길 바랐다. 차기성(김주혁)과 싸울 때나 또 다른 덩치 큰 상대들과 싸울 때 모두 다른 감정을 선보이려 했다.
-‘역린’ 때 화난 등근육이 화제였는데 ‘공조’ 고문 장면에서도 잠시 근육이 등장한다.
▲고강도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 출신 북한형사 철령을 연기해야 했기에 ‘역린’ 때보다 몸을 더 만들었다. 그 때보다 몸이 훨씬 좋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일부러 몸을 안 드러내려 했다. 노출된 몸에 관객들 시선이 가면 액션을 가릴 것 같아서다.
-평소에도 근육질 몸을 유지하나.
▲평소 몸은 그렇지 않다. 식사 조절도 해야 되고 정말 할 게 못 된다. ‘역린’ 때도 그랬고 몸 관리는 너무 힘들다. 촬영 초반 몸을 다 만들어놨는데 ‘등노출신’이 자꾸 미뤄졌다. 막판에 촬영하기까지 몸을 유지하느라 무척 고생했다. 제작진에게 ‘공조’에선 몸을 만들자마자 촬영을 끝내자고 했다. 무조건 빨리 찍어버려야 한다면서(웃음).
-김주혁도 샤워신에서 탄탄한 근육을 뽐냈는데 서로 몸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겠다.
▲몸 촬영신은 내가 먼저 했다. 주혁이 형이 자긴 이제 40대라 몸이 안 만들어진다고 앓는 소리를 하더니 나중에 샤워신을 보니 근육이 어마무시하더라. 더 있는데 많이 안 보여준 거다. 실제 보고 깜짝 놀랐다. 어휴.
-고난도 액션신에 임하면서 부상 두려움은 없었나. 20시간 이상 와이어에만 의존한 채 총격 카체이싱도 직접 했다. 액션장면에서 얼굴 클로즈업을 많이 하더라.
▲대역 연기 전에 마련돼 있던 안전장치들이 완벽해 보여 내가 직접 하겠다고 했다. 도로 위에서 차가 고속(100km/h)으로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땐 무술팀과 많은 상의를 했다. 서로 욕심 부렸던 게 잘한 일이었다. 차와 차가 부딪히는 장면을 대역 없이 찍는데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다. 거의 모든 액션신을 몸소 소화했다. 부상당할 것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욕심이 나더라. 액션 연기를 할 땐 나도 나지만 상대방이 다치지 않게 늘 긴장해야 하는데 그게 더 어렵다. 덕분에 생각 못했던 앵글도 나올 수 있었다. 액션연기 평이 좋으면 무술팀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떤 장면에서 스턴트맨이 나대신 했냐고? 그건 비밀이다(웃음).
-림철령은 어떤 캐릭터이고 매력은 무엇인가.
▲유해진 선배가 연기한 강진태와는 의사표현 방식이 다르다. 철령은 말보다 몸이 앞선다. 사실 철령이가 나름 감정표현도 많은데 그런 걸 찾아가는 게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남북 형사의 관계가 재미있었다.
-북한 사투리도 자연스럽더라.
▲제작진에 북한어 선생님을 일찍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을 선택한 후 가장 먼저 한 게 사투리 연습이었다. 촬영 시작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서 연습했다. 선생님이 계속 검증을 해줬다.
-요즘 개인적으로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
▲‘공조’ 홍보와 영화 ‘꾼’(감독 장창원) 촬영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동시에 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이 끝나면 여행 가고 싶다.
-외모와 내면적 면을 통틀어 자신이 가장 멋있다고 느낄 때는.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일단 결정하면 추진력이 있다. 그럴 때 멋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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