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 3곳 중 2곳 '민원실 점심시간 폐쇄'… “탄력 운영 필요”

강서경찰서 내달 4일부터 중단
이미 9개 경찰서 운영하지 않아
서별 사정에 따라 재량껏 결정
공직사회 워라밸 분위기 큰 영향
직장인 등 일부 시민 불편 가중
"교대 근무 통해 업무·휴식 배분"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5-02-23 18:26:16

부산 15개 경찰서 중 10곳이 정오부터 낮 1시까지 통합민원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한 경찰서 통합민원실 앞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15개 경찰서 중 10곳이 정오부터 낮 1시까지 통합민원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한 경찰서 통합민원실 앞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시내 경찰서 15곳 가운데 10곳이 점심시간 민원 응대를 중단했거나 곧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내부에서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점심시간 휴무를 도입하자는 건의가 이어졌고 상당수 경찰서가 이런 건의를 받아들여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닫기로 했다. 직장인 등 민원인들은 평일 점심시간에 민원을 볼 수 없다면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2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강서경찰서는 오는 3월 4일부터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 동안 통합민원실을 폐쇄할 예정이다. 그동안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교대로 식사를 하면서 민원인 응대를 해 왔으나 앞으로는 점심 때 민원실을 잠시 걸어 잠근다.

부산 경찰서들의 점심시간 민원 응대 중단은 강서경찰서가 10번째다. 부산에는 경찰서가 모두 15개가 있으나 이미 9개 경찰서는 점심 시간 민원 응대를 중단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 경찰서들은 2022년부터 점심시간 통합민원실 폐쇄를 순차적으로 확대 중이다. 현재 9곳이 점심시간 통합민원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는 중부·동래·부산진·해운대·금정·강서경찰서 등 총 6곳이 통합민원실을 운영 중이다.

점심시간 통합민원실 폐쇄는 경찰서별 사정에 따라 서장이 재량껏 결정, 실시하는 형태다. 최근 공직사회에서도 워라밸과 직원들의 휴게, 복지가 강조되면서 경찰 내부 직원들도 경찰직장협의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점심시간 휴무를 도입하자는 건의 사항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경찰 조직 내에도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층 목소리 등 문화 변화를 반영하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촌각을 다투는 치안 신고와 달리 경찰서 방문 민원의 경우 시급성이 낮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점심시간대 강서경찰서를 방문하는 민원인은 하루 평균 6~7명 정도”라며 “주로 고소·고발장 접수, 단속 고지서 안내, 교통 관련 민원이나 면허증 재발급 등의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 사이에선 ‘민원 공백’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직장인 등 특정 시간대에만 민원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민들에겐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서구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대부분의 직장인 점심시간이 낮 12부터 1시간가량인 만큼 그 시간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업무와 휴식을 배분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며 “아예 식사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교대 근무를 통해 민원인의 시간도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휴무제는 2017년부터 공직사회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관련 논란은 잊혀질만하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구청 민원실 역시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달서구청 노조는 관내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점심시간 휴무제 시범 운영을 추진했지만 달서구청은 관련 조례가 없어 시행령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며 갈등이 발생했다.

부산경찰청은 향후 점심시간 통합민원실 폐쇄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홈페이지, 플래카드 등을 활용한 관련 내용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치안 관련 사건은 언제든 112 신고가 가능하며, 점심시간 폐쇄로 인해 치안 공백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운영 시간 준수를 통해 시민 불편이나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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