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허리가…" 젊은 층도 피해갈 수 없는 허리디스크, 왜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는 탓
허벅지나 종아리도 아플 수 있어
수술하면 치료 그리 어렵지 않아
간단한 스트레칭 등 질환 예방 우선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2025-03-10 18:23:59

부산고려병원 척추센터 김동하 원장이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을 하고 있다. 고려병원 제공 부산고려병원 척추센터 김동하 원장이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을 하고 있다. 고려병원 제공

취업준비생 20대 A 씨.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일어나기조차 힘들어 병원을 급히 찾은 그는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A 씨처럼 20대 젊은 층은 물론 10대 청소년들도 일명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부와 스마트기기 사용 등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젊은 층도 허리 건강이 나빠진 것이다.

■종아리도 아플 수 있어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은 장노년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대 젊은 성인들과 10대 청소년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분석 결과 척추질환자 평균 연령은 2021년 현재 30대 중후반(36.9세)으로, 2012년(41.8세)보다 5년이나 젊어졌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서 잘못된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하거나 취업 준비, 학업 등을 위해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리를 많이 쓰는 운동선수나 무거운 짐을 이동시키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도 많이 나타난다.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허리 통증만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허리 통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상이 수반된다. 허리 아래쪽 엉덩이가 아프거나 허벅지나 종아리도 아플 수 있다. 무릎이 아파서 관절센터를 찾았지만 무릎 관절에 이상이 없어 척추센터를 찾았다가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기도 한다. 부산고려병원 척추센터 김동하 원장은 “하체 여러 부위의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이 허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허리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엉덩이에서 허벅지, 발가락까지 하체의 신경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증이 오래될 경우 운동이나 업무 수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성 통증의 경우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심한 방사통이 있거나 하체 마비 등의 신경 증상이 있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보행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을 우려도 있다.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은 추간판의 손상 정도에 따라 ‘초기 디스크’과 ‘디스크 탈출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 디스크는 추간판에 발생한 경미한 손상과 이에 따른 염증 반응이 통증의 원인으로, 추간판의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휴식이나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른 일반적인 연부 조직에 발생한 손상 치료와 마찬가지로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약물치료로 염증반응을 줄여주면 생각보다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가 뒷받침된다면 2주에서 4주 사이에 통증이 상당히 줄어들고, 약물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

디스크 탈출증은 추간판 구조 중 섬유륜이라는 인대 다발이 손상되면서 추간판 내부에만 있어야 하는 수핵이 바깥으로 탈출, 신경이 안전하게 있어야 하는 공간인 ‘신경강’으로 침범해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과 신경 증상을 유발한다.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신경 증상은 하체에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흔히 ‘다리가 땡긴다’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종아리가 저리거나 쥐가 내리기도 하며, 발목이나 발가락에 감각이 무뎌지거나 근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경미할 경우 초기 디스크와 마찬가지로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수술해도 하루 만에 걸을 수 있어

하지만 심한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하지 근력저하 등 심한 신경 증상이 있으면 신경이 많이 눌린 심각한 디스크 탈출증 상태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엔 보존적 치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신경이 심하게 눌린 상태에서는 수술 등의 방법으로 물리적으로 신경이 눌리지 않게 해주면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전과 달리 요즘에는 비교적 간단하고 회복이 빠른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수술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 수술 후 하루 만에 걷는 등 일상 생활이 가능하고, 수일 내에 퇴원할 수 있다. 간단한 사무직의 경우 퇴원 이후 바로 업무복귀가 가능하다.

청소년이나 20대 젊은 층은 추간판의 성질이 물렁물렁하고 탄력성이 높아 탈출하더라도 흡수가 잘 되고 주사치료나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장년층 이상에서는 추간판의 성질이 딱딱하고 탄력성이 떨어지는 양상으로 변하게 돼 보존적 치료로 흡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빠르고 정확한 진단·치료가 필요하다.

아무리 수술이 간단하고 편해졌다고 하더라도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무직이나 학생일 경우 30분이나 1시간마다 10초 정도의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척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김 원장은 “운동이나 일을 하다가 요통이 발생한 경우 적절한 휴식이 필수적”이라며 “업무 환경을 개선하거나 생활 습관을 고쳐 허리디스크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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