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03-10 15:20:08
이번 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IPO)하는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 상장 전부터 불거진 ‘고평가 논란’에 몸값을 대폭 낮추고 주주환원책까지 발표했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대폭 하회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오는 14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번 공모를 통해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 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인 698만 2160주를 전량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주식을 양도)한다.
하지만 숙원이었던 상장을 앞둔 서울보증보험은 청약 과정에서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해 속내가 복잡한 분위기다. 2023년 상장 철회 당시 공모가 밴드 하단(3만 9500원)보다 34% 이상 몸값을 낮췄음에도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은 희망 공모가로 2만 6000∼3만 1800원을 희망했지만, 낮은 수요에 하단인 2만 60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됐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약 1조 8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일반청약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7.2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최근 공모주 종목의 평균 일반청약 경쟁률이 대부분 1000대 1을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청약에 모인 증거금도 1945억 원에 그쳤다.
특히 서울보증보험 직원들도 회사 상장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의 우리사주조합 대상 청약률은 약 85%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보증보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고평가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오버행 리스크’다. 예보의 보유 물량(지분율 83.85%)이 상장 1년 뒤 일제히 풀리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적 변동성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내수 부진 추세가 장기화하고 건설 관련 보증도 전체 잔액 중 약 9%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보증보험 특성상 실적이 우려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명순 서울보증보험 대표가 성공적 상장을 위해 강조했던 주주친화 정책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이후 2027년까지 매년 2000억 원 규모의 총주주환원금액(현금배당+자사주매입소각) 보장, 최소배당금, 분기배당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상장 당일 서울보증보험의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장 최대어로 평가되던 LG CNS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약 10% 하락 마감 후 내리막길을 걷는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시장의 무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과 주주환원책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서울보증보험 상장을 통해 공적자금 1815억 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예보의 매각 이후 잔여 지분은 83.8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