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이 된, 부산-칸 무용 프로젝트 결실이 보인다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주도로
부산 출신 등 한국인 댄서 9명
칸·그라스에서 1개월 레지던시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출연

프랑스 현지 쇼케이스서 호평
6월 부산국제무용제 국내 공개
11월엔 칸 페스티벌 초청 공연
“청년 무용인에 잊지 못할 경험”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3-10 14:43:45

부산국제안무가캠프 ‘부산-칸 공동 협력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 2월 27일 오후 프랑스 칸에 인접한 그라스시의 한 공연장에서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부산국제안무가캠프 ‘부산-칸 공동 협력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 2월 27일 오후 프랑스 칸에 인접한 그라스시의 한 공연장에서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 모습.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 모습.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서 라이브 음악을 담당한 디어 디어(DEAR DEER) 2인조 밴드.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서 라이브 음악을 담당한 디어 디어(DEAR DEER) 2인조 밴드.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 모습.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 모습. 이 공연에는 한국인 여성 무용수 9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칸시(市)에서 요청한 공연 제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용수든, 안무가든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산과 프랑스 칸, 두 도시가 영화뿐 아니라 무용 예술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의 젊은 무용수들과 프랑스 안무가가 협업한 ‘부산-칸 공동 협력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결실을 보여 주목된다.

(사)부산국제무용제(BIDF) 부산국제안무가 캠프는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에르베 쿠비 안무가의 지도로 한국의 청년 무용가와 안무자 9명이 한국과 프랑스 여러 도시 레지던시를 통해 무용 작품 창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에겐 왕복 항공료, 현지 체재비 외에 연습과 공연에 따른 수당도 지급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는 쿠비의 신작 ‘노 매터’(No Matter)는 오는 6월 BIDF 공개에 이어 11월 30일 칸 국제무용제(칸 댄스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세계 초연된다.

두 도시를 오가며 2년째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취재하기 위해 칸 현지를 다녀왔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무용수 선발을 겸한 국제안무가 캠프를 2주간 부산에서 가졌고(부산일보 2024년 7월 22일 자 17면 보도), 올 2월엔 한 달간 칸, 그라스, 칼레를 돌며 작업했다.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9명 등 10명의 무용수가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9명 등 10명의 무용수가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리허설 모습. 이 공연에는 한 달간 프랑스 현지 레지던시를 마친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해외 도시 간 예술 협력 주목

BIDF가 지난해 7월 쿠비를 마스터 안무가로 초청해 제3회 부산국제안무가 캠프를 부산에서 개최할 때만 해도 칸 진출은 꿈처럼 여겨졌다. 당시 쿠비는 “한국, 부산에서 만난 무용수들을 제 고향 프랑스 칸으로 데려가서 공연하고 싶다”며 “프랑스와 한국, 부산과 칸이 부산이 영화뿐 아니라 무용 예술로 연대와 협력을 꽃 피우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에르베 쿠비라는 탁월한 예술가 덕분이겠지만, 한 예술가의 작업을 돕기 위해 프랑스의 세 도시(칸, 그라스, 칼레)가 나선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지방 소도시끼리 한데 뭉쳤다는 것도 놀라웠다.

“기본적으로 에르베쿠비무용단 소재지는 프랑스 북부 도시 칼레입니다. 평소 칼레시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과 초청 공연 경비 등은 남부 도시 칸에서 많이 부담했고요. 한국에서 온 9명의 무용수와 3명의 게스트 퍼포머(2인조 밴드 등)가 한 달에 걸쳐 작업한 연습실은 칸 인접 도시 그라스에 있습니다.”

에르베쿠비무용단을 공동 설립한 기욤 가브리 매니저의 말이다. 우리로 치면, 부산이 깃대를 잡고, 양산이나 울산, 창원 등에서 함께한 셈이다.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제롬 비오 그라스 시장.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제롬 비오 그라스 시장.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칸도 칸이지만, 그라스가 지원에 나선 배경도 궁금했다. 지난달 26일 그라스 시장실에서 만난 제롬 비오 시장은 “쿠비라는 훌륭한 안무가가 한국 댄서들과 함께 우리 지역에 와서 활동하는 게 기뻤고, 지역민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지원을 결정했다”면서 “지역과 지역 간 문화 교류에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쿠비는 앞서 그라스에서 거리예술축제를 함께 진행했는데, 제롬 시장은 당시 “내일의 관객을 개발하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프랑스에선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제롬 시장은 ‘그라스 지방도시 공동체’ 회장 자격으로, 이들 무용단이 한 달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연습장과 공연장 등을 제공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그다음 날 오후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이 이루어진 그라스 공연장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이번 부산-칸 협력 프로젝트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쿠비 안무가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지역민을 위한 공연과 예술교육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작 ‘노 매터’는 최종 완성 단계가 아니지만, 칼레와 그라스, 두 곳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펼쳤다.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 앞서 제롬 비오 그라스 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 앞서 제롬 비오 그라스 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여성의 강인함 보여준 신작 ‘노 매터’

‘노 매터’ 그라스 쇼케이스 공연이 있던 지난달 27일, 300석의 극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그에 앞서 22일 밤에 열린 칼레 극장 쇼케이스 공연도 만석이었다. 쿠비 안무가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이 커 보였지만, 한국에서 날아온 무용수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칼레 공연이 끝난 후 현지 매체는 “에르베 쿠비의 ‘노 매터’는 전례 없는 통찰력을 보여줬다”며 호평이 잇따랐다. 그라스 공연 때는 프랑스 국영채널인 TV F3(프랑스 3)이 리허설 공연부터 취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안무가 쿠비는 물론이고,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한 신은주 BIDF 운영위원장, 9명의 한국인 무용수 대표 자격으로 부산 춤꾼 박소희(29)를 인터뷰했다.

지난 2월 27일 그라스의 한 공연장에서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이 끝난 뒤 쿠비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공연에는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지난 2월 27일 그라스의 한 공연장에서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이 끝난 뒤 쿠비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공연에는 한국인 무용수 9명과 게스트 퍼포머 3명이 출연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 제공

공연이 끝난 뒤에도 쿠비는 관객과 대화 시간을 30분 가까이 이어 갔다. 한 관객은 “무대 위의 한국 무용수들은 원초적인 에너지와 무대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감을 주는 창작물”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입양인이라고 밝힌 한 관객은 “경이로운 공연이었다. 입양된 한국인으로서, 더 특별했다. 마지막엔 그들을 꼭 껴안아 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한국인 여성 무용수들과 함께 신작 '노 매터'를 선보인 에르베 쿠비 안무가.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한국인 여성 무용수들과 함께 신작 '노 매터'를 선보인 에르베 쿠비 안무가.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쿠비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이 (여성의) 힘이란 무엇이고, 또 아름다움,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이들과 세계 투어도 같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언젠가 여성 무용수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의, 여성 무용수가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한 뒤 “한국 아티스트와 작업하면서 강한 힘과 역량을 느꼈고, 부산국제무용제를 통해 이런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하다”고도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한 부산 출신의 박소희는 “쿠비와 작업하면서 안무 창작도 많이 배웠지만, 제 내면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선 춤추는 것 말고도 생활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지만, 프랑스에선 오로지 춤만 출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애써 준 두 도시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표했다.

‘부산-칸 공동 협력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운영위원장과 칸시 모드 부아삭(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문화국장, 그리고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 10명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부산-칸 공동 협력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운영위원장과 칸시 모드 부아삭(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문화국장, 그리고 에르베 쿠비 신작 '노 매터' 쇼케이스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 10명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

신은주 운영위원장은 “춤 작업으로 시작된 두 도시 간 인연이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 무용인들에겐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면서 “현지에서 얻은 영감이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선배 무용가로서 격려했다. 모드 부아삭 칸시 문화국장도 “짧은 시간 안에 이룬 성과 치곤 놀랍고 감동이다. 앞으로 부산국제무용제, 칸 댄스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땐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양 도시가 협력해 만든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 작품이 전 세계로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칸·그라스(프랑스)=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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