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3-10 10:51:39
올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 수상작들이 국내 극장가에 잇따라 상륙하고 있다. 작품상·감독상 등 5관왕을 차지한 ‘아노라’는 일찌감치 국내 관객을 만나고 있고 각색상, 주제가상, 장편애니메이션상 트로피를 거머쥔 작품들도 하나둘 스크린에 걸린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콘클라베’는 5일부터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하는 콘클라베는 가톨릭 교회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를 뜻한다. 제목대로 이 영화는 교황 선출 과정을 비춘다. 정치 칼럼니스트 출신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성스러운 집단의 비밀스런 의식을 긴장감 있게 연출했다. 교회에서 금기시되는 요소들, 남성 중심 조직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수녀들의 모습 등은 관객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오스카상 또다른 화제작인 ‘에밀리아 페레즈’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갱단 보스가 남몰래 여자로 성전환해 새 이름으로 살아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불안, 죄책감, 환멸 등 속마음이 주로 노래로 나타난다. 극 중 리타를 맡은 조 샐다나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조 샐다나는 이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올해 오스카상 12개 부문에서 13개 후보에 올라 비영어권 영화로는 역대 최다 후보 기록을 세웠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차지한 영화 ‘플로우’도 오는 19일 국내 관객을 찾는다. 이 작품은 올해 오스카상에서 ‘모아나2’ ‘인사이드 아웃2’ ‘와일드 로봇’ 등 쟁쟁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애니메이션들을 제치고 수상작에 선정됐다. 이 작품은 대홍수가 세상을 덮친 뒤 낡은 배를 타고 세상 끝으로 항해를 시작한 고양이와 카피바라, 개, 뱀잡이수리 등 동물들의 모험을 담는다. 흥미로운 건 상영시간 90여 분간 한 번도 인간의 언어가 등장하지 않는 점이다. 대신 동물들의 눈빛과 몸짓, 행동을 실감 나게 표현해 영화 메시지를 전한다. 자연 풍광 역시 실사 영화 못지않게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여우주연상·각본상·편집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아노라’는 일찌감치 국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의 스트리퍼가 시부모로부터 동화 같은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