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 “‘계엄의 바다’ 빨리 건너야… 중책 맡는 사람, 희생 필요”

공동체·국가 이익 우선이 보수 정신
단기적 진영 손해라도 책임 감수 필요

선수 교체 아닌 시대 교체 개헌 외치며
4년 중임제에 대선·총선 동시 실시 주장

산은 이전·글로벌특별법 적극 지원 방침
지역균형발전 대해선 “부산 메가폴리스로”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2025-03-10 16:22:39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에서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에서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10일 부산을 찾아 “‘계엄의 바다’를 신속하게 건너는 것이 대한민국과 보수를 구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에 더해 “지역구 의원은 하원으로 두되, 비례대표 의원을 상원으로 전환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르는 양원제로 바꿔야 한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부산 수영구 도모헌에서 진행된 <부산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 일선 복귀 후 광폭 행보를 펼지고 있는 것과 관련,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기각)결정이 나기 전 단계에서 정치 일정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12·3 비상계엄 당시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하겠냐는 물음에는 “‘계엄을 막아야 한다, 막지 말아야 한다’는 고민은 한 적이 없다”며 “계엄이 해제되지 않고 상황이 며칠 더 이어졌다면 정권은 전복됐을 것이고 국민의힘은 소멸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위험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 그는 “이 대표가 정권을 잡을 경우 이 세상은 위험해질 것”이라며 “선례도 있겠다,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 현안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에 대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한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에서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에서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두 달 만의 정치 일선 복귀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 전 단계에서 정치 일정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비대위원장 당시 총선에 패배한 후 대표직을 다시 맡았고 비상계엄까지 터졌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이룬 부분도 있고 이루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총선 이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산 금정을 포함, 재보궐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고 금투세를 막아내는 등 크고 작은 승리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12·3 비상계엄 당시 당 대표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국민들께 절대로 겪어서는 안될 일을 겪게 해 드린 것 같아 대단히 죄송하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비상계엄 때로 돌아가다면 표결에 불참했을 것이라고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경험이 많고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계엄은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나아가 보수 정치 입장에서 저지했어야만 하는 것이다.”


-당시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다른 선택이 있었을까. 계엄은 막아야만 한다. 그 때도 어떻게든 계엄을 빠른 시일 내에 막아 유혈사태가 나지 않고 역사가 후퇴하지 않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컸다. 또한 주식 시장이 제대로 개장해 우리 경제가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계엄을 막아야 한다 막지 말아야 한다’는 고민은 한적이 없다. 계엄이 해제되지 않고 상황이 며칠 더 이어졌다면 정권은 전복됐을 것이고 국민의힘은 소멸하지 않았을까.”


-지도부 등 당내는 물론 지지층서도 탄핵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우리 당이 어렵게 만든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게 된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서 인간적으로 대단히 괴롭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많은 지지자들 마음에도 공감하고 죄송하다. 그렇지만 결국 이 계엄의 바다를 신속하게 건너는 것이 대한민국과 보수를 구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많은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겠지만 국민의힘은 계엄을 옹호하는 집단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계엄을 저지한 사람들로 기억돼야 한다.

보수의 정신은 개인이나 당파 이익이 앞서는 게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설령 단기적으로 개인이나 진영에 손해가 되더라도 공동체가 국가를 위해서 그 선택을 감수하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그게 보수 정신이고 결국 진짜 보수의 정신이 우리를 계엄의 바다를 건너게 할 것이며 더 나은 미래로 데려다 줄 것이다.”


-‘선수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 개헌을 외치고 있다.

“‘87체제’는 위대한 체제였다. 그 체제 그 헌법 아래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고 민주주의를 이뤘다. 그러나 조국 사태 이후 정치는 세력간 적대적 공생을 이어가고 있다. 87체제의 핵심은 절제다. 87체제 내내 계엄, 탄핵은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절제의 기본이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만 교체한다면 정확하게 지금보다 더 잔인해지고 더 격화된 싸움을 보게 될 것이다.


-생각하는 개헌안은 무엇인가.

“대통령 권력을 권한 남용하지 못하도록 분산해야 한다. 현행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시작과 끝을 맞춰 4년 동안 한번 맡아서 해보고 부족하면 통으로 바꾸겠다는 책임 정치의 시스템을 갖추는게 필요하다. 여기다 국회 내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충분히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한 번의 정치적 바람으로 모든 권력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지역구 의원은 하원으로 두되, 비례대표 의원을 상원으로 전환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르는 양원제로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영남에서는 민주당 상원 의원이 나오고 호남에서는 국민의힘 상원 의원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이재명 민주당처럼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도를 막아야 한다.”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이지 않는가.

“조기 대선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과 대통령 임기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대통령이 될 사람은 본인의 임기를 단축한다고 약속해야 한다. 늘 ‘나까지만 하고 다음부터’라는 식이면 일이 되지를 않는다. 중요한 임무를 맡고자 하는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에서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에서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피하거나 이를 위해선 무엇이든 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정권을 잡을 경우 이 세상은 위험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입법부 190석 권력에 더해 연령 제한으로 물러나는 조희대 대법원장 후임, 여기다 오는 4월 18일 퇴임하는 헌재 재판관 두 자리까지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역사상 입법, 행정, 사법에 더해 헌재까지 영향력을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었던 권력은 없었다. 그런데 그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이재명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면 우리나라를 얼마나 위험하게 하겠나. 선례도 있겠다,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현 상황서 조기 대선 출마시 지지율 확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을 전제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우리 지지자들과 보수는 대한민국과 공동체를 대단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위험한 세상을 막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충분히 고심하고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본다.”


-보수 잠룡 중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는데.

“대표직을 그만두면서 ‘저를 지키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는 말을 했다. 정치인은 자기 몸을 던져 국민을 지켜야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정말 그러고 있는지는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평가할 문제지만 마음은 진심이다. 그런 것들을 봐주신 게 아닐까.”


-당력 집중을 약속한 산은 부산 이전,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여전히 답보 상태다.

“산은 부산 이전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구도에서는 사실상 민주당 반대로 통과되기 어렵다. 그렇지만 결국 민주당도 부울경 시민들의 눈치를 봐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표가 아무말도 안하고 갔지만 부산에 온 것 아니겠나. 결국에는 어떤 한 철의 이슈가 아니라 부산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이슈라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기해 나가면 된다. 당 대표 시절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했을 때도 다들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정치라는게 숫자로 계산되는 게 아니다. 얼마나 시민들 열망하는지에 따라서 놀라운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부산 발전 방안에 대한 구상이 있다면

“바다에 소금을 뿌려 염도를 높이는 방식의 지역균형발전으로는 한계가 있다. 핵심적인 어떤 거점, 이르면 부산 같은 곳을 집중적으로 키워 서울과 경쟁하게 해야한다. 서울과 같은 생활이 가능한 메가폴리스를 전국에 다섯 개쯤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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