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3-10 18:25:58
윤석열 대통령 석방 후 보수 지지층 결집 강화로 이른바 대통령의 ‘그립’에 힘이 실리면서 여권 차기 대권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강경론이 득세하면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잠룡들의 당내 입지가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몸풀기에 나선 여권 잠룡들은 윤 대통령 석방이란 돌발 변수를 맞닥뜨렸다. 이들은 우선 윤 대통령 석방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동훈 전 대표는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 취소는 당연하다”고 밝혔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윤 대통령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잠룡들도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라는 내 주장을 받아준 법원 결정에 격하게 감사드린다”(홍준표 대구시장), “국격을 위해서도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구속 재판이 맞다고 생각한다”(안철수 의원) 등 입장을 밝혔다.
여권 유력 대권 주자들이 일제히 윤 대통령 석방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윤’(친윤석열)의 당내 입김이 한층 강화되면서 대선 정국의 지형 변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은 물론 보수 지지층은 탄핵 기각과 각하 목소리를 더욱 높혔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공식 석상에서 탄핵 무효를 내세우면서 당 메시지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이는 탄핵 찬반 여부를 넘어 이른 대선 행보를 했던 잠룡들마저 강경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우선 일찌감치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유승민 전 의원과 안 의원은 사실상 당내 경쟁에서 큰 암초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대권 도전을 천명한 홍 시장과 보폭을 확장 중인 오 시장도 자세를 낮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들은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대권을 의식한 발언보다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석방 지휘의 정당성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 저서 출간에 이은 부산 북 콘서트 개최 등 가장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한 전 대표 측 역시 신중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단 전국 곳곳에서 당원과 시민들을 만나겠다는 게 한 전 대표 입장”이라면서도 “윤 대통령 석방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인 만큼 (한 전 대표) 메시지나 발언이 비교적 차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석방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선고 연기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당초 윤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 변론이 지난달 25일 종결되면서 ‘3월 중순 선고, 5월 대선’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에 여권 잠룡들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내다봤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속 취소로 범여권과 범야권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선고 연기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