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5-04-16 16:08:28
부산대에 한국전쟁 참전 군인 기념비를 조성하는 것을 두고 학내에 논란이 인다. 학교가 추진하는 기념비 건립에 교수들이 “일방적 졸속 추진”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학교는 건립을 미루고, 설치 위치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16일 부산대에 따르면 부산대는 국가보훈부와 학교 내에 ‘호국영웅 명비’ 제막을 추진 중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을 추모하는 가로 6m, 세로 2m 크기의 기념비로 앞면엔 부산대 동문 출신 유공자 255여 명의 이름이, 뒷면엔 당시 유엔군 제2군수사령관으로 참전해 부산 재건을 위해 노력한 리차드 위트컴 장군의 얼굴이 새겨진다.
부산대와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9월 호국영웅 명비 건립 사업 MOU를 체결했다. 국가보훈부는 명비 건립에 필요한 사업비 1억 원을 지원하고, 부산대는 부지를 제공하며 기념비에 새겨질 전쟁 유공자 동문 명단 등을 검토한다. 부산대에 따르면 이 사업에 국립대가 참여하는 건 부산대가 최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학내에 알려지자 부산대 교수회가 반발했다. 교수회는 기념물 조성이 학내 구성원 모르게 ‘깜깜이’로 추진됐다며 대학 본부를 비판했다. 교수회는 15일 기념비 건립 예정 부지 인근에 사업 추진 중단과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대학 본부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기념비 건립에 문제를 제기한 부산대 사회학과 주윤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기려야 하는지 교육하기 위한 토론과 협의 과정이 없었다”며 “대학은 국가가 아닌, 대학의 기준으로 미래 세대에게 공유할 역사와 기억을 스스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회의 반발이 표면화되자 부산대 최재원 총장은 대학 본부 보직 교수들과 대책을 논의했고, 결국 제막식 일정을 연기한 뒤 기념비 설치 위치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교수회는 17일 대학의 심의·의결 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서 민주동문회 등과 함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기념비 건립이 이념의 영역이 아닌 국가와 자유, 평화 수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고 보고 추진했는데 예상 밖의 반발이라는 입장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동문을 기리는 사업이라 학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고 봤다”며 “특별한 이해 당사자가 없는 사업이라 여론 수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