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혹한기 이겨냈다”… 두산그룹 시총 7위로 ‘고속 질주’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르네상스에 4배 급등
탈원전 기조 속에 5년 전 채권단 관리 체제
핵심계열사 매각·오너가 주식 담보로 극복
반도체·로봇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 탄탄해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5-06-25 16:37:28

두산그룹 분당사옥. 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 분당사옥. 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이 ‘원전 르네상스’ 훈풍을 타고 시가총액 순위를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렸다. 원전 수출 기대감 속에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올해 들어서만 4배 가까이 급등한 덕분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탈(脫)원전 흐름 속에 생존을 걱정하던 두산그룹은 불굴의 원전 기술력을 앞세워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마감 기준 두산그룹 상장 계열사 7개사 합산 시가총액은 65조 5727억 원을 기록해 그룹 시총 순위에서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만해도 시총이 28조 7571억 원으로 11위에 그쳤는데 불과 반년 만에 시총을 두 배 이상 불렸다.

두산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자산 기준 재계 순위에선 28조 1500억 원으로 18위를 기록한 바 있다.

두산그룹의 주가 상승세는 이날 6만 5800원을 기록해 연초에 비해 274.9% 오른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끌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시총은 42조 1489억 원으로 7위까지 올라왔다. 지난 4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수주 모멘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형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전)을 향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원전 수출을 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5개국뿐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체코 프라하에서 원전 사업 수주를 직접 지원하는 등 원전 수출을 위한 그룹 차원의 의지도 강하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SMR 육성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수출 확대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년 전만 해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속에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규 수주가 끊긴 데다가 위기에 처한 두산건설에 자금 지원을 하다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졌고 채권단으로부터 3조 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두산 오너 일가 30여 명은 자금 수혈을 위해 채권단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며 고통 분담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살리기 위해 인프라코어(건설기계), 솔루스(전지박·동박), 두산타워 등 핵심 계열사와 자산이 줄줄이 매각됐다. 혹독한 구조조정 속에 두산그룹은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 체제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가파른 주가 상승을 기록한 것은 두산에너빌리티뿐만이 아니다. 지주사인 두산의 이날 주가는 66만 7000원으로 연 초에 비해 161.6% 올랐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 따라 지주사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데다가 자체 사업인 전자BG 부문의 실적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두산은 AI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지난해 11월부터 엔비디아에 납품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설 장비 회사로 미국 내 생산 비중이 70% 육박하는 두산밥캣 역시 관세 무풍지대라는 점이 주목받으며 같은 기간 45.3%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과거 재계 10위권이던 시절보단 외형이 축소된 모습”이라면서도 “기존 핵심사업이던 원전의 성장성이 커진 데다가 반도체, 로봇, 수소연료전지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도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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