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 연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뭉쳤다

부산시·부산문화회관 인큐베이팅 사업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 배우 27명 참가
7월 17~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기획·제작 모두 '메이드 인 부산' 작품
한국마사회 통 큰 메세나로 결실 앞둬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6-26 16:08:51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에서 차재근(왼쪽부터) 부산문화회관 대표와 박명정·서보기 배우, 김지용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에서 차재근(왼쪽부터) 부산문화회관 대표와 박명정·서보기 배우, 김지용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지방정부와 지역 공공극장이 뜻을 모아 기획과 제작을 도맡은 작품에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이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해 무대를 완성한다. 부족한 재원은 기업이 나서 힘을 보탠다. 지역 공연 예술계가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일 수도 있는 실험이 부산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 다듬채에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 및 쇼케이스가 열렸다. 평소 시립예술단 연습동으로 쓰이는 이곳에 부산시 청년문화팀장과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간부,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까지 자리했다.

이날 발표회는 부산시와 (재)부산문화회관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는 ‘2025 신진 청년 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 개발 지원사업’의 본격 개시를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이 지역에서 정착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앞서 무용과 국악을 결합한 ‘수퍼 타이거’(2022),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2023)를 무대에 올리는 성과를 이뤘다.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 쇼케이스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희돈 기자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 쇼케이스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올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이다. 부산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연출은 맡아 27명의 배우가 무대에 선다. 부산에서 태어났거나 주소지를 둔 경우, 혹은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학 출신인 만 39세 이하 청년들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여기에 부산문화회관의 공연장 전문 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하는 청년 기획자들이 실무 스태프 등으로 함께하고 있다. 배우뿐만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 청년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남영희 공연예술본부장은 “부산문화회관이 단순한 공연장의 기능을 넘어 자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프로덕션 극장’으로의 확장과 진화를 모색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쇼케이스에선 가면무도회 장면을 10분간 선보였다. 해외에서 제작하는 가면이 배송되지 않아 배우들은 맨얼굴로 나섰지만, 무대에 선 그들의 긴장과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 오히려 좋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출산과 육아로 4년간 휴식기를 가졌던 박명정(유모 역) 배우는 “(고되기도 하지만)다시 기회를 얻어 연습장으로 오는 게 즐겁다”라고 복귀 무대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가 끝난 후 오디션으로 선발된 청년 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가 끝난 후 오디션으로 선발된 청년 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김지용 예술감독은 청년 예술인 인큐베이팅 사업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뜻밖의 고백(?)을 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그러나 “오디션에 도전한 배우들의 열정을 확인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결말이 비극이지만 작품 내용의 90%는 희극”이라며 “희극성에 방점을 찍어 현대감각에 맞게 각색, 희망을 얘기하면서 대중성까지 담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부산시의 재정지원이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다행히 앞서 제작한 ‘야구왕 마린스!’의 흥행으로 생긴 수익금과 부산문화회관 자체 분담금까지 보탰지만, 부족한 제작비는 큰 과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메세나 역할 확대를 모색하던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가 통 큰 후원에 나섰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엄영석 본부장은 부산문화회관 차재근 대표에게 후원금 3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다.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에서 엄영석(오른쪽)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이 차재근 부산문화회관 대표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2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에서 엄영석(오른쪽)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이 차재근 부산문화회관 대표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차재근 대표는 “이번 작품이 지역 청년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우리나라 문화도 결국 지역 문화가 모여서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관심을 부탁했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17~18일 오후 7시 30분 한 차례씩, 토요일인 19일엔 오후 2시와 7시 30분 시작이다.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기타 문의 및 예매는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와 전화 051-607-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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