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K연극이다… "공감대 얻을 주제라면 해외서도 통해"

창작극 '워 아이니?' 바벨페스티벌 참여
극단 배우창고 김가영 총괄 프로그래머
현지 뜨거운 반응에 K연극 자신감 얻어
세계적 연출 거장 바르바에 칭찬 받아
"한류 영향력 큰 최근 해외 교류 최적기
적극적 준비로 성장 위한 계기 삼아야”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7-07 09:00:00

창작극 '워 아이니?'로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배우창고 김가영 총괄 프로그래머가 해외 교류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희돈 기자 창작극 '워 아이니?'로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배우창고 김가영 총괄 프로그래머가 해외 교류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희돈 기자

“K콘텐츠에 대한 해외의 관심과 호응이 뜨거운 요즘, 연극도 적극적인 해외 교류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극단 배우창고는 지난달 루마니아 ‘바벨국제공연페스티벌’에서 창작극 ‘워 아이니?’를 선보였다. 배우창고 김가영 총괄 프로그래머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부경대 앞 나다소극장에서 만났다.

김 프로그래머가 극작과 연출을 도맡은 ‘워 아이니?’는 지난해 부산국제연극제(BIPAF)의 해외 진출작 공모 프로그램 ‘글로벌 익스체인지’에 참가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바벨페스티벌 공연 기회를 잡았다. 바벨페스티벌은 해마다 6월 루마니아 트르고비슈테에서 열리는 국제공연예술축제로,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 극단의 작품 20~30편이 선보인다.

초연 무대였던 2024년 ‘작강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워 아이니?’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대사를 최소화해 만든 비언어극이다. 사람조차도 바퀴벌레처럼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루마니아 출국에 앞서 5월 BIPAF 무대에 올려 다시 한번 작품성을 평가받았다.

지난달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배우창고의 '워 아이니?' 공연장 모습. 320석의 좌석이 모자라 보조 의자까지 동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지난달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배우창고의 '워 아이니?' 공연장 모습. 320석의 좌석이 모자라 보조 의자까지 동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지난달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배우창고의 '워 아이니?' 기자회견 모습. 생각보다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한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지난달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배우창고의 '워 아이니?' 기자회견 모습. 생각보다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한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워 아이니?’는 페스티벌 메인 극장인 토니 불란드라극장 대강당에서 선보였다. 현지 관객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자평한다. 김 프로그래머는 “320석인 공연장에 보조 의자까지 들여 약 400명의 관객이 극을 봤다”며 “막이 바뀌는 암전 때조차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어리둥절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배우 2명(라이브 연주자 포함하면 3명)이 펼치는 비언어극으로, 관객의 흥을 돋울만한 요소가 그다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라는 얘기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현지 관객의 공감과 호응을 이끈 이유로 ‘K컬처의 힘’과 전쟁에 대한 인류 공통의 불안을 꼽았다. “현지 TV에서 늘 최근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는 김 프로그래머는 “‘한국적’이라고 해서 너무 전통적인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현재의 우리 모습 그대로에 전 지구적 공감대를 얻을 주제 의식만 잘 반영시키면 그 자체로 해외에서도 통할 ‘K연극’이 된다”고 강조했다.

극단 배우창고 배우와 스태프가 세계적 연출 거장 유제니오 바르바(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르바는 식사 중인 '워 아이니?' 팀을 찾아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극단 배우창고 배우와 스태프가 세계적 연출 거장 유제니오 바르바(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르바는 식사 중인 '워 아이니?' 팀을 찾아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인터뷰 말미, 그는 연극 연출 거장에게 칭찬받은 일을 슬쩍 내놓았다. 식사 중인 가게 앞을 지나던 한 노인이 다가와 “부산 팀 아니냐?”고 알은체 하더니 “배우들의 움직임과 구조, 짜임새가 좋았다”는 평까지 곁들였다는 것이다. 뒤늦게 알아본 그는 다름 아닌 세계 3대 연출가로 꼽히는 ‘연극 인류학’ 창시자이자 덴마크 오딘극장 창립자인 유제니오 바르바였다. 김 프로그래머는 “바르바의 한마디로 준비 과정에 겪은 고생을 보상받은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최근 부산 극단의 해외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 달만 해도 ‘배관공’과 ‘따뜻한사람’이 부산문화재단 지원으로 프랑스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 공연을 갖는다. 김 프로그래머는 ‘노파심’이라면서도 “단순히 ‘우리도 한번 해 봤다’는 추억으로만 남지 않도록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현지 관계자뿐 아니라 해외 참가팀과의 교류에 적극 나선다면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소하지만, 극단과 작품 소개 영상 QR코드를 새긴 명함을 별도로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단 배우창고의 '워 아이니?' 배우와 스태프가 지난달 참가한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 공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극단 배우창고의 '워 아이니?' 배우와 스태프가 지난달 참가한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 공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극단 배우창고 제공

바퀴벌레 시각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그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까? 김 프로그래머는 '워 아이니?'를 잇는 무언극 3부작으로 다시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2탄은 외래어종 물고기로 이민자 얘기를 해 볼 참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워 아이니?’의 바벨페스티벌 공연을 성사시킨 BIPAF는 내년엔 새로운 국가의 페스티벌에 부산 극단을 참여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김병철 BIPAF 사무국장은 “가을께 현지를 방문해 실상 파악과 구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올해 BIPAF의 K-Stage 무대에 오른 몇몇 극단도 해외 대표단과 초청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인 김 사무국장은 “해외 진출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기 위한 BIPAF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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