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아니라고 최하점”… 도시공사 ‘컷오프 다면평가’ 논란

올해 도입 ‘다면평가 허들제’
평균 7점 이하 승진 자동 탈락
“모르는 사람에겐 악의적 평가”
편 가르기 불만 속 일부 옹호도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2025-07-06 18:15:27

부산도시공사의 다면평가 제도를 ‘오징어게임’에 빗댄 블라인드 글. 온라인 캡처 부산도시공사의 다면평가 제도를 ‘오징어게임’에 빗댄 블라인드 글. 온라인 캡처

부산도시공사가 올해부터 도입한 ‘다면평가 허들제’가 인사 시스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승진 대상자는 전 직원 대상 다면평가에서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하면, 승진 기회 자체가 박탈된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최하점을 줄 수 있는데, 일각에선 직렬 간 경쟁이 치열한 도시공사 내 ‘편 가르기’를 조장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6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노사 협의와 1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다면평가 허들제를 시행했다. 지난달 말 있었던 정기 인사의 경우 승진 대상자가 40여 명이었는데, 전 직원이 이들을 상대로 10가지 항목의 다면평가 점수를 주는 제도다. 원하는 인물을 골라 평가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면평가를 통해 2, 4, 6, 8, 10점을 줄 수 있는데 승진 대상자는 평균 7점 이상을 받아야 승진 심사에 오를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다른 근무 평정과 상관 없이 승진에서 자동 탈락한다.

지난달 인사 전후로 다면평가 허들제를 둘러싼 도시공사 내 갈등이 불거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다면평가 제도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빗대는 등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여러 건 게시되기도 했다.

도시공사 내 직원 A 씨는 “행정, 건축, 토목직 등 다양한 직렬 간 승진 경쟁이 과거부터 치열했는데, 다면평가 허들제 이후 더 과열되는 느낌”이라며 “‘우리 쪽’ 사람을 밀어주기 위해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직렬이나 부서 사람에게 악의적으로 점수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리자급 직원 B 씨는 “다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후배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쓴소리 한 번 못 하는 동료들이 많아졌다”며 “인사 몇 개월 전부터 점심이나 저녁 식사자리를 만들기 바쁜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비교적 연차가 낮은 6급 승진 대상자들도 다면평가를 거쳐야 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도 도시공사는 다면평가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김용학 전 사장 때부터 준비한 ‘허들제’가 도입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과거에는 다른 평가 요소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쓰였다. 평가하는 이들도 직렬과 급수 등에 따라 무작위로 선발된 20명이 평가를 시행했다.

다면평가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원 C 씨는 “과거에는 무작위로 뽑힌 이들이 다면평가를 시행했기에 기준이 모호했고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견제 제도가 없으면 후배 직원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시공사도 이 같은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제도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오는데, 여러 차례 행정안전부 질의를 받고 계도 기간을 거쳐 시행했기에 위법성은 없다”며 “하반기 인사의 다면평가 평균 점수는 7점 후반대로 제도는 서서히 안착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악의적 평가가 일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유사한 업무를 했거나 직급이 가까운 이들로 다면평가 시행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과소 또는 과대 평가를 최소화하도록 점수를 조정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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