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5-07-29 15:57:34
부산의 한 기초의회가 의원들에게 배정된 국외 연수 예산 전액을 자진 반납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민생쿠폰)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경남 지역이 겪은 수해로 인한 아픔을 나누고 침체한 지역 경제를 고려한 결정인데, 다른 기초의회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부산 부산진구의회는 구의회에 배정된 의원 국외 연수 예산 1억여 원 전액을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구의회가 구청에 반납한 예산은 지난 21일 시작된 민생쿠폰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부산 지역 기초의회가 민생쿠폰 지급을 위해 의원들의 국외 연수 예산을 자진 반납한 사례는 부산에서 처음이다. 국외 연수는 의원들이 선진 사례 학습 등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활동으로 조례에 근거해 예산이 배정된다.
이번 결정은 민생쿠폰 예산 마련에 골머리를 앓았던 지자체엔 반가운 소식이다. 부산진구가 민생쿠폰 지급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예산은 약 36억 원에 달한다.
민생쿠폰 발행에 드는 예산 약 6455억 가운데 부산시와 16개 구·군이 부담하는 지방비는 10%인 약 645억 원이다. 시와 구·군은 지방비의 분담 비율을 각각 66%, 34%로 결정했지만, 재정 자립도가 낮은 기초 지자체로서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부산진구의회의 결정은 이달 들어 경남 산청군이 겪은 큰 수해가 계기가 됐다. 구의원 전원은 최근 산청군 일대에서 피해 복구 활동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심각한 피해 상황을 목격하고 시름에 잠긴 주민들을 만난 구의원들은 국외 연수를 떠나기에 부적절한 시기라는 점에 공감했다.
구의원들은 추후 수해 복구 작업에 다시 참여하고 국외 연수 예산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쿠폰 지급에 활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현재 부산진구의회 구성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9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9명이다.
앞서 부산진구의회는 9대 의회 개원 첫해인 2022년에도 구의회 청사 리모델링 공사 예산 11억 80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적이 있다. 사업비가 부족해 난항을 겪던 지역 사회복지관 건립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부산진구의회 박현철 의장은 “해외 연수를 계획했던 구의원들도 수해 현장에 다녀온 뒤 마음이 바뀌었다”며 “앞으로도 구민 중심의 의정 활동을 통해 지역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