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연기 밑천 드러날까 늘 걱정… 도망 대신 도전 선택”

5일 개봉 영화서 심리극 펼쳐
정성일과 5년 만에 연기 호흡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 작품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5-09-09 16:40:52

조여정.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여정.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은 표현을 안 할 뿐, 자신의 연기 밑천이 드러날까 늘 두려워해요.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며 그 벽을 넘고 싶었어요.”

데뷔 28년 차 배우 조여정이 자신의 신작 ‘살인자 리포트’를 이렇게 말했다. 올여름 코미디 영화 ‘좀비딸’로 관객을 만났던 그가 이번엔 심리극으로 다시 한 번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여정은 “숨을 곳이 없는 작품이라 처음엔 무서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특종에 목마른 기자 선주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이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100분을 넘는 러닝타임을 두 배우의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조여정은 “이 작품을 내 연기로 꽉 채울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며 “여기서 도망가면 다음에도 계속 피할 것 같아 정면 돌파를 택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라 그런지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았어요.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컸죠. 저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라 겁이 나기도 했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단다. 조여정은 “대사가 워낙 많아 이동 중에도 중얼거렸다”며 “매니저가 (내 말을)대답인지 대사인지 헛갈려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두 배우의 대사로 극이 진행되는 데다 카메라의 밀착 촬영은 배우의 작은 표정 변화까지 고스란히 담아낸다. 조여정은 “풀샷이 거의 없어 들통날까 봐 두려웠다”며 “그래도 못하면 못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상대 배우 정성일은 큰 힘이 됐다. 조여정은 “2019년 드라마 이후 다시 만났는데 변함없이 차분했다”며 “중심을 잡아줘 안정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가 있어서 선택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방대한 대사와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는 “저도 대사가 많았지만, 정성일 배우의 대사가 더 많았다”며 “그가 흔들림 없이 준비해 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8년차 배우인 조여정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오래 해왔다고 해서 확신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 “내 실력이 과대평가되는 게 가장 무섭다. 그렇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는 게 제가 택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늘 냉정하게 평가해준 덕분에 들뜨지 않고 연기를 오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다. 조여정은 “꿈같은 일”이라며 “이 감독님이 나를 찾아주실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오래 고대하던 작업이라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저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요.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웃음)”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