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6-10-28 18:15:38
지난 8월 부산시의회에서 부울경 13개 범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지역거점항공사 확보 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전재수 부산시장이 북항 돔 아레나와 해양수도 완성 등 핵심 공약에는 정부·여당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속도를 내면서도, 지역의 이해관계가 걸린 주요 현안에서는 정부 입장과 보조를 맞추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본사 부산 유치와 가덕신공항 공사비 현실화, 항만공사 통합 등 부산의 미래가 걸린 현안에서 신중론을 앞세우면서 지역의 협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 시장은 자신의 핵심 공약에는 정부·여당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지난 8월 취임 직후 첫 지역 일정으로 부산시청을 방문해 북항 돔 아레나 지원 의사를 밝혔고, 지난 17일에는 전 시장과 함께 예정 부지를 둘러보며 힘을 실었다. 해양수도 완성 등 주요 시정 구상에서도 정부·여당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다른 공약인 동남권투자공사 설립과 함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시장은 지난 27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동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해 달라는 시민 요청에 “산은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된다면 무조건 부산으로 와야 하고, 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과 묶음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2028년 상반기까지 동남권투자공사도 출범시켜 전통 제조업부터 AI 산업까지 전방위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정부 정책과 부산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안에서는 대응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4개 항만공사 통합이 대표적이다. 부산시는 정부안이 마련된 뒤 부산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부산시의회,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이 일찌감치 통합 철회를 요구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덕신공항 공사비 현실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사비 증액 방식을 놓고 국무조정실이 총사업비 관리지침 개정을 해법으로 내놨음에도 기획예산처가 특별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부산시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기획예산처와 같은 특별법 개정 방식을 제시했다. 특별법 개정 지연과 세부 규정에 대한 이견으로 연내 착공마저 불투명해졌다.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문제에서도 소극적인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전 시장은 지난달 30일 여·야·정 회의에서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이 추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대해 “국감에 세워 질문 공세를 하는 것이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감 과정에서는 부산시 측도 조 회장과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의 증인 채택에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부산시가 정부와 기업을 압박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국회의 견제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부산시 정무라인의 국회 대응도 논란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실무 부서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부산 의원실을 방문하고 있지만, 정무라인 등 고위 관계자들은 야권 의원들과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부 예결위원은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 부산시 관련 예산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부산 의원은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이 위태롭고 통합 LCC 본사 유치도 무산될 위기인데 부산시가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시장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 정무라인이라도 지역 의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부산시는 실리를 따진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통합 LCC 관련 증인 채택에 반대한 데 대해 “시에서 통합 LCC 본사 유치와 관련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데, 국감에서 추궁당하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리 중심으로 생각하고 부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한 것으로,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것이 부산에 필요하다면 분명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 전에 사전에 조율해 부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게 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