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공간의 비극, '재개발' 키워드 숨겨놨죠"

‘나인퍼즐’ 윤종빈 감독
디즈니+ 시리즈 연출 도전
의상·캐릭터·공간 등 만화 요소
한국의 재개발 키워드 중심에
황정민·이성민 등 출연도 눈길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5-06-10 16:34:47

윤종빈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윤종빈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나인퍼즐’은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퍼즐 조각들로 구성됐다. 그 조각들을 맞추는 퍼즐 메이커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공작’,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등을 만든 윤종빈 감독이다. 주로 현실 기반의 무거운 남성 서사를 다뤄온 그가 이번에는 만화적인 색채와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로 방향을 튼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종빈 감독은 “이번에 추리물을 안 해보면 평생 안 할 것 같았다”며 “안 해본 걸 하니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이 작품을 현실과 만화 사이에 두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작품의 내용이 가능하려면 만화적 세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의상이나 캐릭터, 공간도 새롭게 창조하고 경찰 제복 같은 것도 새롭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주인공 이나의 모습에선 ‘명탐정 코난’이나 ‘보스 베이비’ 같은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이야기상 작품의 배경을 실제 있는 공간처럼 연출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품의 톤 전체를 만화적으로 쌓았죠.”

이 작품의 중심에는 한국의 ‘재개발’ 키워드가 짙게 깔려 있다. 윤 감독은 옛것과 새것의 대비를 공간적으로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 재개발이라는 게 한국처럼 서울 중심으로 과밀한 나라에서 안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많은 비극과 아픔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감독은 “경찰청은 신사옥이라면 한강 경찰서는 오래된 느낌 같이 인테리어에 대비를 줬다”면서 “더원시티 외관은 실제로 있는 주상복합 고층 아파트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입혀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사들도 꽤 나와요. 만화적으로 톤을 올리되 현실과 괴리감이 들게 바꾸진 않았어요.”

나인퍼즐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나인퍼즐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윤 감독은 이번 작품을 전통적인 추리극의 문법보다는 전개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추리 장르가 반전이라는 결과에 집중하다 보니 설득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작품은 ‘왜?’에 중심을 두고 ‘어떻게?’를 결말 부분에 둬서 좀 더 납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회차를 나눠 공개한 덕분에 시청자 반응을 보는 재미도 있었단다. 윤 감독은 “시청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펼친 것 같다”며 “반응을 보고 ‘이렇게까지 생각을 한다고? 대단하다’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떡밥이 아닌 것들도 나름 그럴싸하게 추리한 분도 있더라”며 “관객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점도 작품의 재미”라고 덧붙였다.

‘나인퍼즐’은 감독이자 제작자인 윤 감독이 선보인 두 번째 시리즈물이다. 처음 선보인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이후 이번 작품도 시청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충무로에서 실력있는 연출자로 꼽히는 만큼 전작으로 인연을 맺었던 이성민, 황정민, 이희준 등 베테랑 배우들이 이번 작품 곳곳에 눈에 띈다. 윤 감독은 “초반에 잠깐 나온 사람이 나중에까지 이어져야 해서 각인을 시켜야 했다”며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말하다 보니 (출연을) 부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여전히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흡입력이 있는 대본이고, 제가 할 만한 이야기면 언제든지 해보고 싶다”며 “로맨틱 코미디 DNA는 제게 없어서 그쪽만 아니라면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영화다. 윤 감독은 “2015~2016년쯤에 쓴 대본을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원래 제가 쭉 해온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라며 웃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