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6-11 09:48:05
“새로운 마음으로 소탈하게 춤을 추기 위해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푸근하게 맞아주는 삼면 객석이 있는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여러분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Dance Project EGERO·이하 에게로) 강건 대표의 소감이다. 에게로는 오는 14~15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제7회 정기 공연으로 ‘염증’을 무대에 올린다.
에게로는 2014년 무용단 결성 이후 3년 만인 2017년 창단 공연으로 ‘콘크리트 인간’(안무 이용진)을 선보여 신생 춤 단체에 대한 지역 무용계의 기대를 한껏 드높였다. 이 작품은 그해 부산을 대표해서 나간 제26회 전국무용제에서 은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특히 2019년 제3회 정기 공연 작품 ‘회귀’(안무 이용진)는 이용진 예술감독이 프로젝트형 창작 춤 그룹 연분홍의 춤 감성을 ‘오마주’하면서 새로운 30대 창작 춤의 도래를 알리기도 했다. 그 뒤로도 두 번(2020년 제4회 ‘마주하다’, 2021년 제5회 ‘수구루지’)의 정기 공연을 선보이면서 무한 질주하던 에게로가 민주공원 상주단체(2019~2021년) 활동 마감과 함께 휴지기에 든다.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다시금 에게로를 추슬러서 관객을 만난 것이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정기 공연 ‘매듭’이다. 그리고 올해 부산문화재단 씨어터링크 지원 사업(2025~2027년)에 선정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어찌 보면 이 시간은 우리 스스로가 공연예술 단체로서의 정체성과 자세를 돌아보는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치유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인 ‘염증’은 생존을 위한 생체반응인 염증을 신체적·정서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다시 그 개념적 구조를 해체해 현대인의 삶과 인간 본연의 괴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치유 3부작은 △일상의 치유(2025) △내면의 치유(2026) △연대적 치유(2027)로 구성될 예정이다.
‘염증’을 안무·연출·기획한 이용진은 “염증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어서 오히려 염증은 우리 몸이 회복을 위해 보내는 신호이며 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존재의 본능”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그는 “앞으로의 삶에서 각자가 다양한 형태의 고통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고, 그 괴로움 앞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공연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이용진은 “우리의 몸과 마음(내면)을 집이라는 공간으로 상정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마찰이 염증을 표현하기 좋을 것 같아서 애초에는 세트를 생각했지만, 한정적 장소에 사로잡혀 서사적으로 작품을 풀 것만 같아서 세트를 과감히 포기하고 육체(무용수)를 더 추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그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서 움직임 등 본질적인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또 “해가 뜨고 지듯 긴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섬세한 조명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음악은 전자음악 위주로 구성하되 특정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엠비언트 사운드’를 활용해 움직임과 장면에 맞는 느낌을 이강록 작곡가와 함께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다시 한번 민주공원을 거점으로 새출발하면서 치유와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주목된다. 공연 시간 14일 오후 5시, 15일 오후 3시. 출연 강건 배진아 안희주 이보미 이용진 장의정 조동혁. 티켓 전석 3만 원. 문의 010-7699-7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