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저작권부터 뉴스 회피자까지…세계 미디어 생존 전략은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
지난달 27~29일 덴마크 코펜하겐서
세계 미디어 리더 집결 '브레인 스토밍'

AI저작권 논쟁과 뉴스 회피자 분석
뉴스룸 혁신, 디지털 수익 전략 등
세계 미디어 흐름과 전망 '집대성'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2024-06-14 11:01:23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WAN-IFRA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WAN-IFRA 제공

세계 미디어계는 AI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한 'AI 쓰나미'를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생존이 달렸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 티볼리 콩그레스 센터에서는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이하 총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언론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중요한 교두보라는 점에서 세계신문협회(WAN-IFRA) 주최로 매년 세계 미디어 리더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는 대표 이벤트다.

총회에는 75개국에서 온 350여개 미디어 리더와 관계자 1000여 명이 ‘AI시대 뉴스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다. 3일간 AI 대응 전략과 언론 자유, 디지털 전략, 뉴스룸 혁신, 비즈니스 모델, 미래 기술과 혁신 등 다양한 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미디어 리더스 서밋(summit·정상회의)'과 '세계 편집자 서밋'은 물론 '디지털 미디어 서밋'이 새로 마련됐다. 디지털 미디어로 무게 이동을 한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언론인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WAN-IFRA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언론인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WAN-IFRA 제공

AI, AI…세계 미디어는 AI 전쟁 중

올해 총회에서는 상징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실시간 AI통역이 처음으로 도입돼 세계 언론인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스마트폰 등 기기로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AI가 50 개국 음성과 텍스트로 통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실제 발언과 시간 차이가 나긴 했지만 참고하기에 충분히 유용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디어 업계는 이처럼 일상 생활 곳곳을 파고든 AI로 인한 '탈중개화'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AI가 언론을 건너뛰어 세계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총회 현장에서 AI 기업과 미디어 관계자들 사이에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AI기업과 일부 미디어의 제휴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글로벌 검색 포털과 개별 계약으로 무너졌던 사례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크다. 대규모 AI 학습을 위해 미디어 콘텐츠가 필요한 오픈AI와 같은 테크기업이 AI학습에 따른 저작권과 보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AI 바룬 셰티 미디어 파트너십 책임자는 한 세션에서 “오픈AI는 협력자로서 언론에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가 끝나자 참석한 미디어 관계자들이 질문을 쏟아내며 그를 몰아붙였다. “그래서 AI가 미디어를 학습하는 비용을 어떻게 낼 겁니까?" "언론사는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적재산권 전략 고문이었던 오픈AI 톰 루빈 지적재산권·콘텐츠 부문장도 “오픈AI는 대기업은 물론 소규모 독립 미디어들까지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세계신문협회와 체결한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미디어 업계를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조연설에 나선 파이낸셜 타임스 최고경영자 존 리딩은 “우리의 도달 범위를 확장시키고 사용자가 AI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기회도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AI기업으로부터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합리적이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구글의 글로벌 뉴스 파트너십 부문 재퍼 자이디 부사장의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오후 키노트 대담에서 그는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AI가 혁신을 이끌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건강한 사회에 해가 될 수 있는 방식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항상 균형이 필요하고,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뉴스 회피자' 관련 세션에 참석한 덴마크 대학생들. WAN-IFRA 제공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뉴스 회피자' 관련 세션에 참석한 덴마크 대학생들. WAN-IFRA 제공

생존 키워드는 AI 대체 못할 '신뢰'

총회 마지막 세션에서는 '세계뉴스미디어 혁신 연례보고서'가 공개됐다. 영국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 후안 세뇨르 회장은 매년 총회의 가장 마지막 순서에 등장해 세계신문협회(WAN-IFRA)와 함께 준비한 보고서를 공개한다.

세뇨르 회장은 "2024년 세계 미디어는 혁신으로 가득한 낙관적인 한 해였다. 하지만 미디어는 신뢰를 잃으면 독자를 잃고, 신뢰를 얻으면 독자를 얻게 된다"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신뢰다. 투자를 아끼지 말고 신뢰 회복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에는 AI가 내놓은 정보 홍수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에 소비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용자의 8% 정도만이 ‘AI를 신뢰한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그 근거다.


덴마크 코펜하겐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WAN-IFRA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WAN-IFRA 제공

그는 보고서를 통해 미디어가 추구해야 할 여러 전략도 제시했다.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3분의 3 전략'이다. 인쇄 매체든 디지털 매체든 광고수익 3분의 1, 독자 구독 수익 3분의 1, 이벤트나 제휴 등 기타 수익 3분의 1로 균형감 있게 매출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뇨르 회장은 "플랫폼 등 중개자를 피해 직접 독자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소셜미디어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된다.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플랫폼에서 미디어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명한 미디어는 기업 간 거래와 소비자 거래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깊이 있는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가치가 콘텐츠 가격을 지배하며 희소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뉴스만이 아니라 뉴스 주변에서도 수익을 창출해야 지속가능한 미디어를 유지할 수 있다. 혁신은 실행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발표하는 언론인들. WAN-IFRA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 2024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발표하는 언론인들. WAN-IFRA 제공

한편 세계신문협회는 언론 자유를 수호한 '자유의 골든펜' 수상자로 니카라과 컨피덴셜 카를로스 페르난도 차모로 편집국장을 선정했다. 그는 정권 비판으로 지난해 국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세계신문협회는 이번 총회에서 스위스 링기어미디어 라디나 하임가르트너 최고경영자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박세익 기자 run@busan.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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