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돕는 근육도 늙는다…사레 자주 들리면 '삼킴장애' 의심을

[노인성 삼킴장애 증상과 치료]
음식물 기도로 진입되면 폐렴 위험
식사량·종류 제한돼 영양·체중 문제
65세 이상 넷 중 한 명꼴 증상 호소

목 이물감·기침·목소리 변화 등 증상
노령층, 잔여 음식물 증가 흔히 관찰
식사 환경 개선과 입술·혀 운동 도움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2024-06-25 07:00:00

인제대 부산백병원 재활의학과 한나미 교수가 노인성 삼킴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인제대 부산백병원 재활의학과 한나미 교수가 노인성 삼킴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식사 많이 하셨어요?" "○○는 익혀서 먹는 게 몸에 더 좋대."

식사와 건강한 먹거리는 모두의 관심사이자 일상적인 대화 주제다. 여기서 좋은 음식, 적당한 양, 적절한 조리법은 보통 영양과 면역에 초점을 둔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재활의학과 한나미 교수는 "정성껏 고르고 만든 음식을 위장관으로 전달하는 '삼킴' 동작의 기능이 떨어진다면 영양과 면역을 위한 노력은 허사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노인성 삼킴장애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인 질환 없이도 발생

삼킴은 입안에 들어온 음식을 잘 갈고 뭉쳐서 영양소를 흡수하는 장소인 위장관으로 넘겨주는 동작이다. 삼킴은 구강과 인두(혀의 뒷부분부터 식도 사이에 위치한 짧은 관)의 다양한 근육과 구조물이 협응해 이루어진다.

문제는 구강에서 위장관으로 가는 길목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음식물이 위장관이 아니라 기도로 진입하는 기도 흡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도 흡인은 폐렴을 일으킬 위험을 높여서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치는 계기가 된다. 이 외에도 삼킴장애가 있으면 음식물 섭취량이 줄거나 종류가 제한돼 영양 불균형이나 체중 감소가 유발되기 쉽다.

삼킴장애(연하장애)는 주로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령일수록 신경계 질환이나 인두부의 직접적인 질환이 없더라도 삼킴장애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삼킴장애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9년 1만 8293명에서 2023년 2만 9344명으로 60% 증가했다. 지난해 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80대 이상이 50%, 60대 이상이 85%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 노령 인구에서 삼킴장애 증상을 겪는 사람은 훨씬 더 많다. 2019년 발표된 분당서울대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삼킴장애 원인 질환인 뇌졸중, 파킨슨병, 인지장애, 턱관절 장애 등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 236명을 조사했더니 54명(22.9%)이 삼킴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이처럼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노령에 나타나는 삼킴장애를 노인성 삼킴장애라고 한다.

한나미 교수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팔과 다리의 근력이 떨어지고 섬세한 운동 조절 능력이 저하되는 것처럼 인두부의 근육 역시 근력 약화, 신경 조절 능력 저하, 연부 조직의 탄성 감소 등으로 삼킴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노인성 삼킴장애는 기저 질환이 없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이 심해지거나 폐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식이 조절과 재활 훈련

식사 중에, 특히 물을 마시거나 국을 먹다가 사레가 자주 들린다면 삼킴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삼킴 후에 목에 이물감이 있고, 식사 후 목소리가 걸걸해지고, 한 번에 삼킬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거친 음식을 먹으면 기침을 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 등도 삼킴장애 때문일 수 있다.

삼킴장애가 의심된다면 조영제가 포함된 검사용 음식을 이용해 삼킴 운동을 촬영해 진단하는 '비디오 투시 연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노령층을 검사해보면 구강 내 잔여 음식물 증가, 인두 삼킴 반사의 지연, 인두부 잔여 음식물 증가 등이 흔하게 관찰된다.

검사 결과 기도 흡인이 확인될 경우 폐렴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식이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점도가 낮은 액체류 음식은 피하고, 부드럽게 잘 뭉쳐지는 종류를 선택해 한 번에 적은 양을 입에 넣도록 한다. 산도가 높거나 매운 음식은 기도를 자극할 위험이 높으므로 피하고, 거칠고 말린 음식이나 가루가 많은 음식은 삼킴 후에도 소량이 남아 인두부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끈끈해서 점막에 달라붙기 쉬운 음식 역시 피해야 한다. 액체류를 꼭 섭취해야 할 경우에는 점도 증진제를 섞어서 점성을 높인 후 소량씩 섭취해야 한다.

식사 환경이나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식사를 할 때는 뒤로 기대지 않고, 턱을 앞으로 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컵보다는 빨대를 쓰면 도움이 된다. 주위가 산만하거나 대화가 많으면 기도가 쉽게 열려 기도 흡인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식사 후에는 입안에 음식이 남아 있지 않도록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

입술과 혀의 근력과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도 권장된다. 뺨에 공기 불어넣기, 입술을 오므려 휘파람 불기, 혀를 내밀어 양측 입술 끝을 밀기, 혀를 입천장에 넓게 펴서 위로 밀기 등이 도움이 된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의료기관의 연하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한나미 교수는 "삼킴은 가장 기초적인 일상 동작이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만 골라서 먹어도 삼킴장애가 있는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삼킴 기능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노인성 삼킴장애 환자가 연하 재활 훈련을 받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인제대 부산백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노인성 삼킴장애 환자가 연하 재활 훈련을 받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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