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연주는 건반뿐 아니라 관객 심장도 두드린다

15일 통영국제음악당 독주회
피아노 한 대가 전한 감동 뭉클
2부 ‘전람회의 그림’ 단연 백미

서울·대구·광주 등 7곳 순회 중
부산 유치 못해 ‘원정 관람’도
부산콘서트홀 개관 기대감 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4-06-16 13:51:39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커튼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커튼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커튼콜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커튼콜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사람들이 왜 “임윤찬, 임윤찬!”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두 곡의 앙코르 연주까지 2시간을 꽉 채운 독주회 내내 임윤찬(20)이 두드린 피아노는 관객의 심장을 강타했다. 그야말로 혼신을 다한 연주였다. 음(音)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연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이후 ‘지금도 성장 중’이라는 임윤찬 이야기다.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1년 6개월 만에 열린 이번 국내 독주회는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시작해 천안, 대구, 통영을 거쳐 부천, 광주,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7차례 순회 연주회 중 하나였다. 공연장마다 만석이다. 부산·울산·경남 통틀어서 유일하게 통영에서 개최된 연주만 하더라도 합창석과 5층 발코니석까지 단숨에 매진돼 1300여 명이 관람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마장조(Op.19-1)와 라장조(Op.85-4)로 공연이 시작됐다. 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하진 않은, 3분 남짓의 짧은 소품이지만, 임윤찬은 순식간에 곡에 스며들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아주 편안하게 연주하는 모습에 빠져든 나머지 객석에선 손뼉 칠 타이밍조차 갖지 못했다. 연주는 곧바로 차이콥스키가 열두 달을 표현한 ‘사계’로 넘어갔다. 마치 한 곡처럼 이어졌다. 임윤찬은 건반에서 거의 손을 떼지 않았다. 열두 달은 어느새 열네 달이 되었다. 1월의 몽환적인 ‘난롯가’는 재기발랄한 2월 ‘카니발’로 바뀌는가 싶더니, ‘아네모네’ 꽃이 흐드러진 들판에서 종달새가 노래하고, 5월 별빛으로 물든 밤이 찾아왔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6월 ‘뱃노래’를 지나 9월 ‘사냥’에 이를 즈음엔 땀방울이 얼굴선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연주는 계속됐고 12월 마지막 ‘크리스마스’ 왈츠로 45분여의 연주를 마무리하자 객석에선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공연 전체가 끝난 것도 아니었지만 임윤찬은 1부 커튼콜로 화답했다.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이날 공연의 백미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 2부였다. 임윤찬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호로비츠 편곡 버전을 선택했는데, 그 속에서도 자기 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 편곡 버전은 원곡에 저음 성부가 추가되면서 더욱더 풍부해진 화음과 강렬한 사운드로, 테크닉적으로도 화려한 피아니즘을 보여주고 있어서 피아노 한 대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사운드로 오케스트라 버전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주제마다 달라지는 임윤찬의 해석을 듣고 보느라 30여 분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였다. 특히 마지막 두 곡 ‘닭 다리 위의 오두막집’과 ‘키이우의 대문’은 강렬하고 웅장한 악상에다 화려한 연주가 어우러진 하이라이트였다. 과감한 발 구르기와 온 힘을 다한 타건으로, 연주는 정점을 찍었다. 곡이 끝나자마자 객석은 엄청난 함성과 함께 반동하듯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앙코르로 차이콥스키 곡(서정적인 순간)을 들려준 임윤찬은 거듭된 요청에 리스트 곡 ‘사랑의 꿈’을 추가했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만난 부산의 한 원로 음악인은 “임윤찬을 볼 때마다 성장하는 것 같아 놀랍고, 이제 갓 스물을 넘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안에는 노철학자가 들어앉은 느낌이었다”는 말로 극찬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왔다는 양미림 씨는 “같은 레퍼토리라도 통영음악당에서 듣는 음악이 남다른 이유는 음향 때문일 테고, 부산콘서트홀도 내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윤찬의 부산 공연은 이번에도 성사되지 못했다. 대구·경북권에서 대구콘서트하우스, 부울경에서 통영국제음악당이 공연 장소로 ‘낙점’됐다. 다 클래식 전문홀이다. 부산의 많은 클래식 애호가가 통영으로, 대구로, 심지어 서울까지 ‘원정 관람’에 나섰던 이유다. 올봄 개최된 통영국제음악제의 경우, 통영 관객이 8%, 경남 관객이 12%, 나머지는 외지라고 한다. 좋은 공연장과 기획에는 연주자도 관객도 찾아 나서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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