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첫눈이 유난히 많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고도 남았습니다. 얼룩지고 때 묻은 생각들까지 감쪽같이 사라지는 순백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깨끗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쁨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창문 밖 겨울 햇살이 그늘을 파고듭니다.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문학이 제 안에서 쌓였다 녹는 사이 각 잡힌 마음들이 자주 흐트러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옆에 놓인 하얀 수건을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닦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수건처럼 시조는 때때로 주변을 자세하게 살피게 했습니다. 시조 짓기가 아니었다면 내 삶의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자유로움이 좋아 가끔은 내 안을 누비기도 했지만 아주 우연히 시절가조의 정형시에 빠져 지금은 그 결을 따라가며 맑은 사유를 느끼곤 합니다. 사물과 대화하는 시간이 친구처럼 즐겁습니다. 삶의 공식 앞에서 풀어내지 못한 많은 시간들을 시조의 형식에 가지런히 담아 아프고 얼룩진 부분까지 잘 닦아내겠습니다.
문학의 언저리를 서성일 때 시조의 길을 열어주시고 가르쳐 주신 조경선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드리며, 군포에서 활동할 때 문학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군포 문인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함께 정진하면서 아낌없는 배려와 조언을 해주시는 ‘시란’ 동인 문우들과, 묵묵히 지켜봐 주신 부모님과 형제들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부족한 제 시조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부산일보에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긴 시간을 함께하며 내 편이 되어준 아내 박인숙, 무조건 아빠를 믿고 지지해 준 민지. 재훈 고맙고 사랑합니다.
약력: 1973년 강원도 영월 출생, 2024년 중앙시조 백일장 11월 장원. 시란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