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보트로 동굴 탐험하고 눈썰매로 추위 잊어요 [울산 겨울여행]

면적 넓은 자수정동굴나라 다양한 체험
박쥐동굴, 공룡동굴 등 이색 공간 조성
보트 타고 한 바퀴 돌면 모험가 된 기분

전통 지키는 국내 유일 외고산 옹기마을
골목 곳곳에 독특한 항아리·옹기 수두룩
박물관에서는 역사·제조법 배울 수 있어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2025-01-16 07:00:00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했다. 자동차 온도계에는 ‘–7’이라는 놀라운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라디오에서는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라는 내용이 흘러나온다. 공기 순환을 위해 창문을 열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겨우 용기를 내 창을 조금 내렸더니 뺨을 찌르는 것 같은 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얼릴 기세로 울산을 향해 달리는 차 안을 휘감고 지나간다. 이렇게 추운 날에 설마 사람들이 여기에 갈까, 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착각이었다.

한 여성이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눈썰매장에서 아들과 함께 눈썰매를 즐기며 환호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여성이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눈썰매장에서 아들과 함께 눈썰매를 즐기며 환호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자수정동굴나라와 눈썰매장

바깥에서는 얼음장 같은 한파가 온몸을 꽁꽁 얼리지만 동굴 안은 사정이 다르다. 따뜻하지는 않아도 추위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여름에는 피서용 여행지라는데 이런 추위에는 피한용을 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수정동굴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자수정을 캐려고 뚫었던 갱도를 10여 년 전 테마파크로 개발한 곳이다. 총길이 2.5km에 면적은 1만 6500㎡라고 하니 규모가 대단하다. 실제로 들어가 걸어 보면 동굴이 꽤 넓다는 걸 알고 놀라게 된다.

한 가족이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가족이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이곳은 크게 박쥐동굴, 공룡동굴, 빛동굴, 뉴미디어광장, 스노빌리지 등으로 구성됐는데 제각각 색다른 특징을 가진 곳이어서 어린이 동반 가족 여행객에게는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어두운 동굴 곳곳을 밝히는 색색 조명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사진 찍기에 훌륭한 배경을 만들어준다. 다만 옛 탄광이어서 높이가 낮기 때문에 동굴을 탐험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는 머리를 동굴 천장에 부딪치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공간은 공룡동굴이다. 전기 장치를 이용한 것인지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다양한 공룡들이 곳곳에 배치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동굴을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한쪽에 움푹 파인 곳에서 굉음을 내는 공룡이 지나가는 관람객을 놀라게 한다.

자수정동굴나라 가장 안쪽에서는 과거 이곳에서 이뤄졌던 자수정 채취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천연 자수정 원석도 전시돼 있다.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뉴미디어광장에 유영하는 고래가 영상으로 비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뉴미디어광장에 유영하는 고래가 영상으로 비치고 있다. 남태우 기자

가끔 원시인 가족처럼 뜬금없는 조각이나 전시품이 등장해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한다. 성인 시선에는 약간 조잡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어린이 눈에는 이색적이고 독특하게 비칠 수도 있다. 또 이곳은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 아니라 오락을 제공하는 테마파크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뉴미디어광장은 동굴 호수와 벽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공간이다. 고래와 공룡 등 다양한 동물이 살아 있는 것처럼 동굴 곳곳을 돌아다니며 환상적인 빛 잔치를 벌이는 게 꽤 흥미를 유발하는 장소다.

자수정동굴나라를 도보로 둘러봤다면 이번에는 고무보트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볼 차례다. 코스가 짧은 게 흠이기는 하지만 모험가가 된 것 같은 긴장감과 박진감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실제 고무보트를 즐기는 대부분 관람객 표정에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한 부부가 고무보트를 타고 울산 자수정동굴나라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부부가 고무보트를 타고 울산 자수정동굴나라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자수정 동굴나라를 관람하고 고무보트를 체험했다면 눈썰매장으로 가야 한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눈썰매장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한둘이 아니다.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모두 깔깔 웃으며 즐거워 한다. 어릴 때 뒷동산에서 플라스틱 바구니를 타고 놀던 추억이 떠오르는지 어른들도 환한 표정이다.


한 모자가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눈썰매장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모자가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눈썰매장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남태우 기자

■외고산 옹기마을

언양읍에서 따뜻한 돌솥밥 한 그릇으로 추위에 시달린 몸을 달랜 다음 최근 완전 개통한 함양울산고속고로를 타고 외고산 옹기마을로 달린다.

1957년부터 조성돼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속 옹기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전국 곳곳에 있던 옹기마을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현실 속에서도 옹기 문화를 지키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온 마을이 옹기로 뒤덮여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어서 어린이에게 전통문화를 알려주기에 적합한 장소다.

울산 옹기마을 아카데미관 인근에 특이한 모양의 옹기가 가득 쌓여 있다. 남태우 기자 울산 옹기마을 아카데미관 인근에 특이한 모양의 옹기가 가득 쌓여 있다. 남태우 기자

추운 날씨를 고려해 일단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울산옹기박물관에 들어간다. 2009년 개관한 이래 16년 동안 외고산 옹기 장인들의 발자취와 옹기의 역사, 문화를 오롯이 담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223cm 크기의 세계 최대 옹기는 물론 예전부터 선조들이 사용했던 전국 각지 다양한 종류의 옹기를 만나고, 옹기의 역사와 제조법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문화해설사로부터 옹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한 어린이는 생전 처음 보는 옹기가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 옆에 선 할아버지는 옹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에는 흔한 생활필수품이었지만 지금은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없는 각종 형태의 항아리, 옹기를 다시 가까이에서 보게 된 감회에 젖은 모양이다.

울산 옹기마을 옹기박물관 내부 전시관 전경. 남태우 기자 울산 옹기마을 옹기박물관 내부 전시관 전경. 남태우 기자

오후 들어 추위가 다소 수그러든 틈을 타 골목을 따라 옹기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어디를 가더라도 옹기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어 이곳이 옹기마을이라는 걸 인식시켜 준다. 어릴 때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옹기는 아주 푸근하고 인자한 아주머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나이가 들어 다시 꼼꼼히 살펴보는 옹기에서도 똑같은 기운을 느낀다.

골목을 약간 돌아서자 옹기를 주제로 한 벽화가 눈길을 끈다. 이어 옹기아카데미관 인근에서는 옹기를 활용한 조각들이 멋진 자태를 뽐낸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조형물도 곳곳에서 한가로운 관람객을 유혹한다.

구운 타일이 벽을 장식한 울산 옹기마을 한 주택 앞에 커다란 항아리가 줄지어 놓여 있다. 남태우 기자 구운 타일이 벽을 장식한 울산 옹기마을 한 주택 앞에 커다란 항아리가 줄지어 놓여 있다. 남태우 기자

옹기마을에서는 여러 가지 옹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옹기아카데미관에서는 매일 세 차례 옹기 제작 과정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으며, 발효아카데미관에서는 전통 장 담그기와 발효음식 만들기를 배울 수 있다. 인근의 울주민속박물관도 인기 방문지이지만 현재는 내부 수리 때문에 관람 공간이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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