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청년 덮친 유례없는 건설 한파…세수펑크·PF부실에 '백약이 무효'

건설업 청년층 취업자 1년 새 37%↓
건설 고용 위기 ‘중장년→청년층’ 확산
건설업 가구소득도 '역대 최대 낙폭'
강달러에 금리 인하 효과 여력 부족
전문가 “건설업 부진 장기화 우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2-23 11:19:06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건설업 분야 청년층 취업자가 1년 새 40% 가까이 급감하고, 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근로소득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건설업 장기 불황이 고용지표와 가계 소득지표 등 한국 경제를 옥죄는 대형 악재로 떠올랐다.

23일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업 분야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0만 5000명으로, 작년 1월(16만 6000명)보나 36.6%(6만 1000명) 급감했다. 이는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감소율이자 전체 청년층 취업자 감소율(5.7%)의 6배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 1월 건설업 취업자는 총 192만 1000명으로 2017년 1월(188만 9000명)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6만 9000명 줄었는 데,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건설업 취업자는 청년층 뿐만 아니라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작년보다 감소했다. 다만, 감소율은 청년층이 36.6%로 30대(-1.9%), 40대(-7.2%), 50대(-10.7%) 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인구 감소와 건설경기 부진 등 영향이 겹치면서 건설업 분야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며 "특히, 청년층은 건설업 취업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년층 건설업 취업자는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직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지난 1월 청년층 건설업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7만 8000명으로 작년 동월(12만 4000명)보다 4만 6000명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임시직 근로자는 8000명, 일용직 근로자는 1만 명가량 감소했다.


건설업 한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18일 새벽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도가 일감을 구하려는 일용직 구직자들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건설업 한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18일 새벽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도가 일감을 구하려는 일용직 구직자들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건설업 고용 부진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가구주가 전기·하수·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36만 9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감소하며 3분기 기준으로 2018년(-1.2%)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감소 폭 역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근로소득이 3.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건설수주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는 고금리·고물가가 지목된다. 건설업 불황은 고용 위기와 소득 감소로 이어져 점차 파장을 키우면서 내수를 제약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정책 당국으로선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건설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고금리·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쉽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데다 대규모 세수 펑크 탓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재정이 공백을 메우기에도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기조로 당장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만큼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장기화한 고금리 기조가 완화되거나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건설업의 불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건설경기 부진은 더 길어질 것인데, 고금리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업 대책으로 SOC 투자 등 재정정책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또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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