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4-09 09:36:28
계속되는 미술 시장 침체에도 올해 국내 첫 아트페어로 주목한 2025 BAMA 제14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이하 BAMA)가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람객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고, 판매액은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사단법인 부산화랑협회가 주최한 BAMA는 지난 3일 언론 기자단(press)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6일까지 나흘 동안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올해 BAMA는 특히 산불과 대통령 탄핵 같은 정치적 이슈가 맞물리면서 불안 요소가 컸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시작 전부터 우려가 컸다. 참여 화랑 숫자도 전년도 150개에서 줄어든 133개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올해 BAMA는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먼저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 수가 지난해 수준인 12만 명을 유지했다. VIP 프리뷰에 이어 다음날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 때까지만 해도 관람객 움직임이 극히 저조하다가 차츰 회복세를 보였다. 부산화랑협회에 따르면 올해 관람객 숫자를 집계한 결과, 작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약 12만 명 정도 관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품 판매 규모는 2023년도 210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196억 원보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화랑협회 관계자는 “최근 다른 아트페어들이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추세여서 공식화할 순 없지만, 200억 원을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반적으로 블루칩 작가와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구매 수요가 높았다”면서도 “중견 작가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미술시장에서 두드러진 세대별 소비 성향과 트렌드의 변화로 해석된다는 게 부연 설명이다.
실제 BAMA 기간 현장에서 만난 갤러리 관계자들은 희비가 엇갈리는 반응을 내놨다. 300호 같은 대작을 판매하고, 중저가지만 ‘완판’에 근접한 갤러리가 있었던가 하면, “아트페어 참가 이래 최저 실적이었다” “부스 비도 못 건질 판”이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부산의 A 갤러리 대표는 “보통은 첫날 대부분의 판매가 이뤄지는데 올해는 현직 대통령 파면 등의 이슈로 초반 전시장엔 사람들 발길마저 뜸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나아지긴 했는데 추세를 뒤집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참여한 B 갤러리 대표는 “사전 예약한 6점이 없었더라면 첫날은 아예 공쳤을 것”이라면서도 “30만~300만 원대 주요 작품 30여 점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일본 오사카에서 참가한 야마키 아트 갤러리 야마키 다케오 대표는 “한국, 일본 할 것 없이 모두 경기가 나빠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좋아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반면 부산 C 갤러리 대표는 “BAMA 한 주 뒤에 서울 ‘화랑미술제’가 열리고, 5월 초엔 ‘아트부산’이 이어지다 보니 대형 화랑들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볼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고 귀띔했다. 독일에서 참여한 갤러리 츠비센 박문 대표는 “BAMA는 3년째 참가하는데 올해가 가장 어렵다. 주로 유럽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인데 BAMA 주 고객층과는 안 맞는 것 같아서 향후 참여 여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갤러리 대표는 “새내기 컬렉터가 많아지고, 신진 작가들 작품을 찾는 대중 취향의 미술 축제도 좋지만, 그래도 부산 대표 아트페어인데 동시대 미술 경향을 엿보거나 실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올해 BAMA가 준비한 6개의 특별전엔 꽤 많은 사람이 몰렸고, 아트 토크 등 미술 관련 프로그램 참여도 저조하지 않아서 미술 축제로서 가능성은 거듭 확인했다. 특히 11살 화가 ‘로빈’의 첫 아트페어 참가는 파란을 일으켰다. 석로빈 군은 열 살과 열한 살에 그린 11점의 그림을 들고나와 거의 완판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보였다.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 역시 원화와 판화 부문 모두에서 고른 판매 성과를 거두었다.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2030 포커스 온’과 ‘영 프런티어 스페셜 X’에서도 일부 판매가 이루어지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부산화랑협회 채민정 회장은 “2025 BAMA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 속에서도 예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신진 작가 발굴, 예술 대중화, 국제 교류 확대를 중심으로 BAMA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