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2025-04-16 09:54:38
작가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소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만든 이탈리아 연극이 부산에서 한국 초연 무대를 갖는다. 연극 ‘채식주의자’가 내달 개최되는 제22회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초청되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연극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14일 티켓을 오픈하며 개막작과 폐막작을 공개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연극 ‘채식주의자’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배우, 작가인 다리아 데플로리안(Daria Deflorian)이 연출해 지난해 10월 25일 볼로냐에서 초연된 뒤 로마와 밀라노 등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무대에 올랐다. 이후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연극 ‘채식주의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되면서 현지 언론의 보도로 관객의 폭넓은 관심을 받기고 했다. 노벨문학상 발표는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이던 10월 10일이었다. 이후 데플로리안은 지난해 12월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 한강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데플로리안은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와 인터뷰에서 한강과 만난 순간을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 지쳐 있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며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자 그녀는 나를 마치 오랜 친구처럼 안아줬다. 상투적인 형식은 필요 없었다”고 돌아봤다. 데플로리안은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음식에 대한 접근은 (주인공)영혜의 개인적 고통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맞닥뜨린 폭력의 한 단면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출가 데플로리안은 배우로도 직접 참여해 영혜의 언니 역을 맡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이탈리아어로 번역 출간돼 현지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소설 <소년이 온다>가 2017년 제20회 말라파르테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강은 이탈리아에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국제연극제 조직위는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채식주의자’가 연극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초청을 고려하던 중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정되자마자 서둘러 초청을 확정했다. 데플로리안을 포함한 배우 4명과 스태프 등 모두 11명이 동행한다. 조직위 김병철 사무국장은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상호문화교류의 해로 운영되고 있다”며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 문화원의 협력으로 부산에서 국내 첫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폐막작 ‘채식주의자’는 5월 31일과 6월 1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앞서 5월 23~24일 같은 무대에 오르는 개막작은 역시 이탈리아 극단의 ‘Tragudia-오이디푸스의 노래’로 선정됐다.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혁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사라예보에서 열리는 메스국제연극제에서 최고상(Best Show)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생과 균형’을 주제로 한 제22회 부산국제연극제는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열흘간 14개국의 40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글로벌 공연예술축제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 영화의전당, 부산진문화재단이 주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