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5-04-15 11:14:14
조기대선읖 앞두고 ‘근로시간’이 대선의제로 급부상한다. 국민의힘은 주 4.5일제를 첫 대선 공약으로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은 주 4일제를 주요 민생 의제로 선정해 공약화를 검토 중이다. 다만 근로시간 감축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유연화가 그 목적인데 반해, 민주당은 근로시간 단축이 골자라 양당 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연한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국민의힘은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유연근무제를 통해 실질적인 주 4.5일제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유연근무 4.5일제’를 제안했다”며 “총 근로시간이 줄지 않아 임금도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설명헀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어 “비용과 부작용을 둘러싼 이해관계 갈등을 최소화했다”며 “낮은 노동 생산성으로 유연근무 4.5일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도입하더라도 기업생산성이 전제되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 주 4.5일제 근무제 도입과 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를 첫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주 5일제와 주 52시간 근로 규제는 시대의 흐름과 산업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인 제도로서 유연한 근로 문화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오히려 생산성과 자율성 모두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근로시간을 화두로 던진 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민감한 2030 청년층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산업별·직무별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안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감축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어 민주당과 충돌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 4일제 및 4.5일제는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지만 받는 급여는 그대로 유지하려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오히려 노동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주 52시간제 폐지를 대선 공약 추진에 대해 “앞뒤가 맞는 얘기인가”라며 “국민의힘은 말뿐인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주 4.5일제를 말하면서 주 52시간제 상한 폐지를 꺼내 들었다”며 “앞에서는 주 4.5일제를 말하면서 뒤로는 국민 반발로 철회된 주 69시간제를 되살리려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조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방식에는 본질적 문제가 있다”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것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도 노사 합의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추가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별도의 근로시간 개선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 중소기업특별위는 이날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 만들기 등의 정책 제안에 나선다.
앞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과 22대 총선을 앞두고 주4.5일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주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그간 진보 진영에서 끌어가던 주 4.5일제 의제에 국민의힘도 가세하면서 논의에 한동안 불이 지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