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당근책 없는 ‘반쪽짜리’ 송도 이전...텅빈 수주·직원 반대 ‘사면초가’

“송도 시대 열 것” 청사진...큰 진전 없어
핵심 인력은 서울 근무…완전 이전 ‘첩첩산중’
“수주 못 받은 상황에서 사면초가 빠져”

박상인 기자 si2020@busan.com 2025-04-15 09:41:59

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메가플랜트 건설 계획 이미지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메가플랜트 건설 계획 이미지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이전이 하세월이다. 올해 초 완전 이전을 약속했지만, 회사의 주요 전략 부서는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전 의지가 부족한 사실상 ‘반쪽짜리 이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당초 올해 2월 중 목표로 한 인천 송도 이전 절차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대대적으로 “올해 송도 시대를 열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지만, 여전히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결과 현재 송도 캠퍼스 공사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술 분야의 인력 일부만이 송도에서 근무하고 있을 뿐, 전략·기획 등 핵심 부서는 여전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핵심 인력은 이전하지 않고 송도 현지에서의 신규 채용을 늘리는 이른바 ‘꼼수 이전’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안타까운 불신은 2010년부터 시작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0년 롯데몰 송도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2013년 착공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후 롯데몰 오픈일을 2015년에서 2017년 또 2022년까지 연기하며 지역 민심을 잃은 바 있다. 특히 현재 2026년을 목표로 건축 승인을 진행 중이나 유의미한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식 진행 후 13년 가까이 아무런 성과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송도 이전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대형 바이오사들이 이전한 만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완전 이전할 경우 송도가 국내 ‘바이오의 메카’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작용했다.

이에 대해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 인원의 3분의 2가 송도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직원 이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완전 이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에 거주 중인 직원들의 송도행 반발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거주·이사비 지원 등 이른바 ‘당근책’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쟁사들과 차이가 크다. 예컨대 송도에서 사업을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직원이 거주지를 서울에서 송도로 이전하면, 기숙사 무료배정 등을 지원한다. 또 캠퍼스 내에 복지동을 신설해 병원, 피트니스센터 등 임직원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또 직원들의 서울-송도 간 출퇴근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들의 경우 서울과 송도를 오가는 노선이 수십 개에 달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사당 노선 단 1개에 불과한 형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어려운 상황에 있어 직원 복지까지는 신경 쓰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수주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사면초가에 빠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회사는 지난해 3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식을 열며 송도 시대를 예고했다. 2030년까지 약 4조 6000억 원을 들여 20만 2285㎡ 부지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3기(총 36만 리터)를 건립·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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