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5-04-27 18:50:45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안을 마련하면서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108개월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시설사업기본계획에서 제시한 84개월보다 24개월이 더 늘어난 것으로 이럴 경우 정부가 수차례 공언한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은 물 건너 간다.
민간 기업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자인 점을 악용해 국가계약법상 불가능한 일인 국책사업 공기 변경까지 감행하며 정부를 상대로 최대한 기업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27일 국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6개월간 준비한 기본설계안을 28일 국토부에 제출한다. 이후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설계심의분과위원회는 한 달간 기본설계 심의와 평가를 진행한다. 위원회는 300억 원 이상 대형 국책사업의 턴키 등 기술형 입찰에 대한 설계 적격 심의를 하는 위원회로, 학계·관련 기관에서 276명이 위촉돼 있다.
그런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기본설계안에서 정부가 제시한 84개월보다 2년 더 긴 108개월로 공사 기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차례 약속한 가덕신공항 2029년 12월 개항 약속까지 무시한 공기 산정이다.
국토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설계안 제출에서 공사 기한은 조정 대상이 아니다. 만약 최종적으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108개월을 제시하면 자격 조건 미흡으로 해서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4개월 공기를 지키지 않은 입찰 조서는 계약 의사가 없다는 표현과 같다”며 “만약 공기가 빠듯하다면 일단 84개월로 기본설계안을 제출하고 나중에 어떤 방법으로 추가 확보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조건을 위반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중앙건설심의위원회가 기본설계안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입찰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 경우 최소한 6개월 이상, 1년 가까이 시간이 더 소요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 다른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런 상황을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적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가덕신공항 건설이 부산 울산 경남의 숙원 사업이자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국책사업인데도 입찰 조건까지 어겨가면서 유리한 ‘키’를 쥐려고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천재지변이나 돌발 사태가 없으면 2029년 12월 말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기를 108개월 제시하면 중앙건설심의위원회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기본설계안에 대해 논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것은 너무 명확하게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부적절하다고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는 84개월로 부지 조성 공사가 가능하다고 기술 검토를 이미 마친 바 있다”며 “상식적으로 조건에 맞게 들어와 설계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조건 자체를 어겨가면서 심의서를 제출하는 것은 단독 입찰자가 가덕신공항 공사를 자신들 의도대로 가져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