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5-07-09 18:26:56
국내 양대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2분기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6개 분기 만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없이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삼성SDI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3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9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2% 증가했다. 증권업계 컨센서스인 3150억 원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1분기 매출은 5조 5654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무엇보다 미국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908억 원을 제외하고도 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보조금 없이도 흑자를 낸 것은 2023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이번 호실적은 상대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견고한 북미 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는 고수익 배터리 물량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덕이다. 북미 현지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기 시작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점과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 등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SDI의 2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157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로 전환했다. 최근 추정치를 업데이트한 증권사들은 적자 규모를 2000억~3000억 원대로 보고 있어 ‘어닝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실적 부진은 BMW와 스텔란티스 등 주력 고객사로 향하는 배터리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중·소형차에 집중되면서 주로 대형 차량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SDI는 큰 수혜를 입지 못했다. 미국 스텔란티스와 만든 합작사 넥스트에너지 공장 역시 판매 부진 속 가동률이 낮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올해 실적을 지지해 줄 것으로 전망했던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은 미국 수출 물량이 관세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었다.
증권가는 삼성SDI의 부진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DB증권과 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도 삼성SDI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신규 수주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적자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회복에 적어도 2개 분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