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5-21 10:34:47
디지털·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마무리되는 전시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오는 24일 막을 내리는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의 ‘박현곤: 인사이드-안으로 향하는 창’과 엄익훈전도 그중 하나이다. 이 전시는 현실과 가상, 기술과 예술, 물질과 비물질이 혼재하는 현대적 존재론에 대한 탐구로써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리빈갤러리 1전시관은 박현곤 국립경상대 미술교육과 교수의 ‘Inside-안으로 향하는 창’ 전시가 열리고 있다. LED, 반사 유리 등의 다양한 장치와 소품을 사용해 2차원적 평면에 3차원을 구축했다. 환영(illusion)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워 프레임 너머 펼쳐지는 마법의 공간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살폈지만, 비밀을 알기 어렵다. 작가는 조명과 공간 연출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외로움과 소외, 동시에 다른 공간에 대한 호기심적 욕구를 다룬다. 식탁 위에 차려진 각종 식기, 책상 위의 흐트러진 책들, 텅 빈 방에 홀로 켜진 조명 등은 작가의 감성으로 바라본 현대인의 내면적 욕구를 연출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또 다른 공간을 들여다보기 위해 창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맞닥뜨리는 것은 또 다른 나이다. 프레임 너머의 아웃사이드(outside)는, 결국 나 자신의 인사이드(inside)라는 역설이다.
2전시관은 조각과 빛 그리고 그림자로 작업하는 엄익훈 작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실재와 환영의 치밀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조각이 빛을 만나 전혀 다른 세상(그림자)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람의 기억 혹은 경험 중 가장 달콤한 기억이라 할 수 있는 유년 시절의 모습을 그림자로 추억한다. 1전시관의 박 작가가 2차원적 평면에 3차원을 구축했다면, 엄 작가는 3차원의 입체와 2차원의 일루전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자 회화를 만들어낸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고,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환영에 감탄하게 된다. 우리는 실재하지만 부재하는 것 사이의 경계 지점에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엄 작가는 홍익대와 동 대학원 박사과정(조소 전공)을 수료했다. 전시 문의 051-746-9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