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 2025-05-21 19:20:00
‘무지 티셔츠’ 한 아이템이 팝업 성지라 불리는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를 제패했다. 고객들을 영업 마감 시간까지 ‘결제 대기 줄’을 서게 한 이 업체는 부산 토종기업 (주)유핑이다. 사실 유핑은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티셔츠 브랜드로 통한다.
■팝업 성지에 ‘부산발 돌풍’
유핑의 더현대서울 입성은 백화점 바이어의 ‘러브콜’로 이뤄졌다. 유핑이 서울 성수동에 운영하는 플래그십스토어를 방문한 바이어가 적극 제안했다. 더현대서울은 국내 상위 유명 브랜드들의 입점 경쟁률이 치열해 입점 대기 기간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핑은 협의 시작 이후 단 3주 만에 입점하는 이례적 사례를 만들었다.
지난달 10~16일 일주일간 진행된 팝업 현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핑은 팝업에서 올해 출시한 여성 제품 라인을 선보였는데, 여성 고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결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결제 포스기를 긴급 추가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30분 이상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영업 마감 시간인 오후 8시까지 기다리다 구매하지 못하고 가는 경우까지 생겨, 부산 본사 직원들까지 서울로 긴급 파견됐다.
유핑은 해당 기간 더현대서울 웨스트 팝업존에서 진행한 팝업 중 유명 업체들을 제치고 최상위 매출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현장을 지켜본 여러 백화점과 업체들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유핑은 그 중 용산아이파크몰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달 16~22일 팝업을 진행하고 있다.
■담백한 성공 비결 ‘품질’
유핑의 성공 비결은 오직 ‘품질’이다. 김맨이랑 대표는 패션 디자인 기획 전문가로, 2007년부터 17년간 티셔츠만을 전문 생산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3년 이상 변형 없이 입게 하자는 게 철학이다. 대개 한 시즌 입고 버리는 기존 무지 티셔츠의 인식을 깼다.
유핑은 국내 프리미엄 원사를 쓰고 100% 국내 제작한다. 자체 연구개발팀을 두고 새로운 원단을 개발하고 내구성·황변·수축 등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최상의 원단을 만들어낸다.
아이템은 무지 티셔츠 하나지만, 선택의 폭은 넓다. 10종 이상의 원단 라인이 있고, 한 원단 안에서도 5종 이상의 핏과 3종의 넥라인이 있다. 개개인의 활동량, 땀 배출량, 피부 민감도, 두께감, 핏 선호도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 최고급 원단과 정밀한 봉제 기술을 적용한 골드라벨 라인은 2024년 기준 100만 장 이상 판매됐다. 올 하반기에는 1년간 준비한 주니어 라인을 론칭한다.
지난해부터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단체복, 행사복 등 맞춤 제작을 한다. 단가는 높아도 한 번 제작해 본 업체의 재구매율이 높다.
매출도 법인을 설립한 2020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 2021년 33억 원, 2022년 39억 원, 2023년 38억 원, 2024년 35억 원을 기록했다. 공식몰과 온라인 유통 채널에는 월평균 10만 명이 방문하고, 공식몰 회원은 16만 명을 돌파했다.
■다음 무대는 ‘세계 시장’
유핑은 글로벌 진출 발판도 다지고 있다. 2024년 국가 지원사업을 통해 롯데면세점 온라인 스토어와 명동 롯데백화점 면세점 팝업에 입점했고, 해외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외 고객에게 면세 가격으로 제품을 파는 성수동 매장은 지난해 면세 매출액만 1만 9000달러에 달했다.
최근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SOPA)와 협업을 진행해 컬래버레이션 의류를 제작했다. 서울공연예술고는 K팝 아이돌 산실이다. BTS 정국, 레드벨벳 슬기, 트와이스 나연과 정연, NCT 마크, 아이브 장원영 등이 졸업했다. 한국을 방문한 K팝 팬들이 ‘성지’처럼 방문하는 곳이다. 유핑은 학교 브랜드의 의류 부분 국내외 판권을 취득했다. ‘K팝 팬덤’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지속 가능한 패션과 친환경 생산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