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5-23 15:03:26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폭로한 유튜버 ‘전투토끼’가 결국 실형에 처해졌다.
개인정보를 빼돌려 남편에게 건넨 공무원 배우자는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김송 판사)은 23일 정보통신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0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780여만 원을 추징했다.
A 씨 배우자로 범행을 공모한 충북 괴산군 공무원 B(30대)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A 씨는 지난해 6~7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에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등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고, 일부 피해자에겐 가족들 신상도 공개하겠다며 사과 영상을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B 씨는 공무원 신분을 악용해 밀양 성폭행 가해자 등 수십 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해 A 씨에게 제공한 혐의다.
신상이 폭로된 피해자 중에는 밀양 성폭행 사건과 관계가 없는 일반인도 있었다.
재판부는 “밀양 성폭행 사건에 대해 20년 넘게 지속되는 국민적 공분과 사적 제재 욕망을 이용한 범죄”라며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근거로 가해자를 특정하고 이들을 중대 범죄자로 기정사실화 하면서 사적 제재를 가하는 건 법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개인정보를 일부 범행에 악용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 중 상당수는 밀양 성폭행 사건과 무관함에도 신상이 공개돼 사회적·경제적으로 매장됐다”며 “사법절차를 무력화하고 사회 신뢰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밀양 고교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고 금품 갈취, 불법 촬영까지 한 사건이다.
당시 피의자 중 적극적으로 범행한 10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며 나머지 34명은 소년부로 송치하거나 합의 등을 이유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