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 '빨간' 투표 독려 현수막으로 구설수

시내 15곳 붉은색 투표 독려 현수막
국힘 연상 시켜 현지서는 갑론을박
선관위 "공선법상 색상 제한 없어"
통영시 "특별한 의도 없다" 해명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025-05-26 14:58:25

통영시가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게시한 투표 독려 현수막. 색 구성과 배치가 국민의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진 기자 통영시가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게시한 투표 독려 현수막. 색 구성과 배치가 국민의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진 기자

경남 통영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게시한 투표 독려 현수막을 놓고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현재 통영시는 가로 7m, 세로 1.2m 크기 현수막 15장을 제작해 관내 주요 게시대와 교차로, 읍면에 내건 상태다.

현수막에는 ‘꼭 투표하세요!’ 문구에 사전투표와 본투표 날짜 그리고 투표 시간 정보가 적혔다.

문제는 해당 현수막이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실제 흰색 바탕에 붉은색 글씨 또는 그 반대인 구성과 조합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현수막과 흡사하다.

대다수 지자체가 불필요한 논란을 우려해 투표 독려 현수막을 정치색이 없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글씨를 적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시된 위치도 하필 국민의힘 현수막과 나란히 있거나 더불어민주당 현수막과 배치되는 형태다.

여기에 최근 출처 불명의 유사 현수막까지 추가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해당 현수막은 통영시 현수막과 유사한 디자인에 ‘이번에는 꼭 찍어주십시오!’ 문구와 투표 일시가 담겼다.

이 때문에 통영시가 내건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통영시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 누리꾼은 “산책하다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꼭 특정 후보와 같은 색으로 해야만 했나”라며 “지자체가 선거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수막 색상 선택을 놓고 반론도 만만찮다.

또다른 누리꾼은 “강석주(더불어민주당 소속) 전 시장 임기 때는 산불조심 현수막을 뜬금없이 파란색으로 만들어 놨었다”며 “빨간색 투표 현수막이나 파란색 산불조심 현수막이나 도긴개긴”이라고 반박했다.

일단 선관위는 해당 현수막이 현행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현수막) 색상에 대한 제한은 없다. 중앙위 검토까지 받은 사항”이라고 전했다.

출처 불명 현수막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건 거다. 투표 독려 현수막에는 정당이나 기호를 표시할 수 없다 보니 게시자 정보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게시한 투표 독려 현수막. 네이버 카페 살통영 캡처 국민의힘이 게시한 투표 독려 현수막. 네이버 카페 살통영 캡처

통영시의 ‘정치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천영기 시장 취임 이후 추진하는 각종 사업 로고나 슬로건, 현수막 등에 빨간색 디자인이 유독 많아 잡음이 잦았다.

대표적인 게 통영시 제1청사 정문 수직정원(그린월)에 사용된 ‘통영’ 로고다.

이 로고는 통영시 슬로건인 ‘바다의 땅 통영’을 이미지화했다. 원래 디자인은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의 크고 작은 섬들이 ‘통영’이라는 글자를 형성하고 있다.

2008년 1월 1일 ‘바다의 땅 통영’을 통영시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선포한 이후 줄곧 파란색 바탕의 흰색 섬 이미지를 슬로건 로고로 사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연말 1청사 정문 벽면에 빨간색으로 디자인된 로고가 설치됐다. 이를 두고 시장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2024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 컵 대회와 11월에 개막한 제35회 경상남도생활체육대축전 역시 현장 관계자 의상이나 무대 구성이 빨간색 일색으로 연출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통영시는 행사 성격이나 테마 맞춘 디자인일 뿐,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통영시 측은 “투표 독려 현수막에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특정 후보와 인접해 일부 오해가 있어 지금은 위치를 조정한 상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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