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5-26 18:16:00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여파로 부산의 한 지식산업센터 개발 예정지가 공매로 매각될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의 압박 탓에 1순위 대주인 금융기관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매 절차에 나서는 것인데, 후순위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에 산재한 부실 PF 사업장들이 추후 도미노처럼 공매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26일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동구 범일동 330-1 일원의 2982.3㎡ 규모 부지가 공매로 나와 지난 23일 1차 입찰이 진행됐다. 1, 2차 입찰은 유찰됐지만 28일 예정된 3차 입찰에서는 최저 입찰가가 종전과 비교해 크게 내려간 만큼 입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는 연면적 6만 8704㎡, 1개 동,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의 업무용 지식산업센터와 근린생활시설로 2023년 허가를 받은 곳이다. 하이엔드 아파트 ‘블랑 써밋 74’와 인접해 개발 소식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본 PF로 넘어가지 못해 1순위 대주인 새마을금고가 공매를 신청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와 PF 부실 여파로 부산은 물론 전국에도 이 같은 사업장이 많이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1순위 대주인 금융기관이 공매를 신청하더라도 이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사업 추진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공매 신청을 하더라도, 막상 공매가 성사되면 금융기관 손실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금융당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금융기관이 부실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실제 공매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까지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정리나 재구조화를 마무리할 것을 각 금융기관에 강조한 일도 있다.
이번 공매 건은 부산 지역 부실 PF 사업장 청산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공매 절차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쉬쉬하고 있지만, 부산에서도 본 PF로 전환을 하지 못해 장기 방치되고 있는 사업장이 적어도 30곳이 넘을 것이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부실 PF를 청산한 뒤 새롭고 건전한 투자자가 낙찰을 받으면 사업 재개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사업에 배팅했던 지역의 중소 투자 업체나 개인 투자자들은 대형 금융기관과는 달리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기존 사업 대신 다른 용도의 사업장이 낙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극심한 지역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로 기존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던 시행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물갈이를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부산의 한 시행사 관계자는 “부실 PF 정리를 명목으로 지역에 산재한 사업장들을 공매로 넘긴다면 지역에서는 막대한 자본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지역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용도로 개발이 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세심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