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8-07 16:28:50
이 책의 부제는 ‘낮에는 여자 대통령을 만들고, 밤에는 레즈비언 데이트를 한 117일’이다. 꽤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느낌마저 든다. 저자 심미섭은 2016년 페미니스트 정치 세력화를 위한 모임 ‘페미당당’을 만들었고, 여성에 대한 공격이나 사건이 발생하면 효과적인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성별 갈라치기로 인한 사회 갈등이 깊어지며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건 원하지 않는 오해와 편견의 공격에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 됐다. 그러나 저자는 페미니스트 말고도 우리 사회에 금기어처럼 통하는 또 하나의 정체를 밝힌다. 동성애자(레즈비언)라는 사실이다. 2024년 12월 7일, 국회 앞 광장을 가득 메운 탄핵 촉구 집회에서 저자는 공개적으로 “나는 레즈비언이자 페미니스트이며 이 광장에선 소수자도 존중하는 혐오 없는 집회가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책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날부터 시작해 대선 당일까지 117일간의 일기를 담았다. 여자친구는 한국을 떠나 동성애자에 차별과 혐오가 덜한 미국에서 살기로 결정한 후 이별을 통보했다. 저자는 그렇게 말하는 여자 친구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선택한 방법은 진보 정당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는 것이다. 투쟁을 통해 한국도 동성애자가 차별받지 않고 살 만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추천사를 쓴 장혜영 전 국회의원은 이 책을 ‘페미니스트 난중일기’라고 정의했고, 임솔아 소설가는 “적나라할 만큼 솔직하고 처절한 만큼 분투하는 이야기를 만나 너무 기쁘다”라고 밝혔다. 심미섭 지음/반비/304쪽/1만 8000원.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