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모아 만든 수영장, 주민 개방 안 하는 부경대

국비 190억 들여 수상레저관 조성
“예산 부족해 개방 시기상조” 해명
타 국립·사립대는 체육 시설 적극 개방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2025-09-08 16:17:36

부경대 수산레저관 전경. 부경대 홈페이지 캡처 부경대 수산레저관 전경. 부경대 홈페이지 캡처

국립부경대가 국비 190억 원을 들여 지은 수상레저관 내부 체육시설을 운영한 지 2년 넘도록 주민에게 개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의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학들은 체육시설을 개방 중이지만, 부경대 측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개방을 미루고 있다.

8일 부경대에 따르면 부산 대연캠퍼스 수상레저관 내 스크린 골프장과 피트니스 센터 등은 외부인 이용이 불가능하다. 같은 건물의 수영장 역시 교직원과 학부·대학원 재학생에게만 개방 중이다. 외부인은 부산해양경찰서 수상구조사·연안체험 교육 등 위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만 부경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부경대 측은 해당 시설이 교육시설인 만큼 학생 수업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민 개방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체육 시설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면 ‘체육시설업’ 신고를 해야 하는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인력과 시설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또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책임 소재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부경대는 국비 100%(190억 원)를 지원받아 2022년 11월 대연캠퍼스 체육관 옆 부지에 수상레저관을 준공, 2023년 4월 운영을 시작했다. 약 2년 반 동안 주민 개방 여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셈이다.

부경대 일대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역에 수영 시설이 부족해 수영장에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 모(30대·수영구) 씨는 “인근 경성대 등 사립대학도 학내 수영장을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세금으로 수상레저관을 지은 부경대는 체육 시설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며 “시설 준공이 3년이 되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주민 개방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국립대는 수영장 등 학내 체육 시설을 주민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한국해양대의 수영장은 지난해 이용객 6000여 명 중 4800여 명이 주민이었다. 부산대는 실내체육관과 테니스장, 부산교대는 제1·2 테니스장을 개방하고 있다.

경성대·동서대 등 사립대도 수영장을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지난해 수영장 이용객 기준 경성대는 전체 1만 2000여 명 중 1만여 명, 동서대는 7200여 명 중 5500여 명이 주민이었다. 동의대는 체육관, 동아대는 피트니스클럽, 신라대는 풋살경기장·체육관·테니스장, 부산외대는 체육관 등을 주민에게 열어뒀다. 이들 대학은 “주민과 상생하는 게 바람직한 교육 기관의 덕목”이라며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해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 체육 시설을 개방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부경대 관계자는 “대학이 글로컬 대학 선정 등에 집중하면서 수상레저관 개방을 위한 비용 마련은 중요도에서 밀렸다”며 “아직 구체적 개방 시점이나 실행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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