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6-09-07 15:01:13
SK온 테네시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캐즘(수요 둔화)발 위기를 넘기 위해 5년째 계열사와 알짜 자산을 동원하고 있다. SK온이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컸던 만큼, 모회사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최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합병 역시 SK온을 중심으로 한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218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분사 이후 최대 분기 흑자로,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이다.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일부 고객사가 약속한 최소 계약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지급한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이 실적 개선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3~4분기에는 다시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2분기 영업이익에 힘입어 연간 기준으론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신한투자증권 1681억 원, 신영증권 2335억 원, 메리츠증권 1889억 원 등이다. 반면 상상인증권은 587억 원, BNK투자증권은 1270억 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하는 등 전망이 엇갈린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미래 핵심사업으로 낙점한 SK온을 살리기 위해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 왔다는 점이다. 2021년 SK에너지 주유소 부지 매각을 시작으로 2023년 1조 14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2024년 SK E&S 합병 등이 이어졌다. 또한 발전 자회사와 보령LNG터미널 지분을 유동화하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SK엔무브 등을 SK온에 편입하는 등 사업 재편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 자체도 지난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2조 원과 영구채 7000억 원을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SK온의 대규모 투자 부담을 분산하고 재무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 왔다.
SKIET의 분사와 상장도 이 같은 배터리 사업 확장 과정에서 이뤄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분리막 사업을 물적분할해 SKIET를 설립했고, 2021년 알짜 회사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 속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구주매출로 약 1조 3000억 원을 확보했다. 당시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만큼 SKIET 상장은 배터리 사업 전반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상장 5년 만에 SKIET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분리막 업황 악화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고, SK이노베이션은 결국 이를 다시 흡수하기로 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약 5년째 이어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이 행보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젠 SKIET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감과 허탈함과 불편함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조 487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흑자로 전환했다. SK에너지와 SK엔무브 등 전통 에너지 사업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그러나 모처럼 개선된 이익이 주주환원으로 이어지기보다 배터리 사업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주주들의 우려가 나온다.
SK온은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대응해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새로운 돌파구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ESS 업체 네오볼타와 체결한 총 9GWh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셀 공급계약의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같은 회사와 9GWh 규모의 추가 협력을 추진 중이다.
다만 ESS 후발주자인 SK온이 기존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데는 비용이 수반되고, 수주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ESS가 중장기 반전 카드가 될 수는 있어도 내년 실적을 단번에 흑자로 돌려놓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증권사들은 SK온이 내년 연간으로 50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SK온에 내년 상반기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SK온이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시점이 늦어진다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