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과학] “소식으로 식이제한, 적당한 운동이 불로초”

세계적 노화학자 정해영 석학교수
‘100세 건강’ 해법 담긴 책 출간
노화 주범은 활성산소·분자염증
간헐적 단식도 효과적인 식이제한
과한 운동은 ‘독’… 적정 강도 중요
비타민 C·D 미네랄 유산균 등 추천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6-09-07 17:45:52

노화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부산대 정해영 석학교수는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정해영 교수 제공 노화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부산대 정해영 석학교수는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정해영 교수 제공
노화의 원인이 ‘산화 스트레스’라는 가설을 제시한 유병팔 텍사스 주립대 교수(왼쪽)와 대화하고 있는 정 교수. 정해영 교수 제공 노화의 원인이 ‘산화 스트레스’라는 가설을 제시한 유병팔 텍사스 주립대 교수(왼쪽)와 대화하고 있는 정 교수. 정해영 교수 제공

현대인이 평생 지니고 사는 만성질환의 약들은 대부분 근본 치료제가 아니다. 고혈압 약은 억지로 혈관을 늘려 혈압수치만 낮추고, 당뇨약은 혈액 속의 당수치만 떨어뜨릴 뿐이다. 평생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그것을 진정한 근본적 치료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질병이 생기기 전에 그 뿌리를 잘라버릴 수는 없을까.

세계적인 노화학자 정해영 부산대 약학대학 석학교수가 최근 출간한 ‘내 몸의 생체시계를 늦추는 노화과학’에서 100세 건강의 노하우와 노화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불로초는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정 교수는 “진짜 불로초는 최첨단 신약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 위의 선택, 즉 덜 먹는 식이제한과 적당한 운동의 결합이다”고 답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 자주 나면 장수한다

우리는 왜 늙고 병드는가. 정 교수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세계 최초로 노화 염증 가설을 제시했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로 노화가 일어나는데 이 활성산소를 뿜어내는 근원지가 미세한 염증 반응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고혈압, 당뇨, 치매, 암을 모두 다른 병으로 취급해 왔다. 노화 염증 가설에 의하면 이들 질병들이 염증→대사 고장→ 노화세포라는 썩은 뿌리에서 자라난 것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노화 염증의 악순환을 끊는 비밀이 바로 소식을 통한 식이제한이라고 했다.

우리가 밥을 적게 먹어 배에 꼬르륵 소리가 나면 다급히 간식을 찾는다. 하지만 세포의 입장에서 보면 이 때가 바로 기적의 노화조절 시간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에너지가 뚝 끊기면 세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가포식’이라는 대청소 시스템을 가동한다. 세포 내에 쌓인 불필요한 단백질 찌꺼기나 고장난 소기관들을 싹싹 긁어모아 스스로 분해하고 이를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 굶주림이라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감지한 몸에서 강력한 장수 유전자가 기지개를 켜고 깨어나는 과정을 자가포식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소식과 적당한 운동은 잠자던 청소부들을 깨워 몸 속의 노폐물을 태워 없애고 세포를 깨끗하고 젊은 상태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이다.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내 몸의 방어능력을 일깨우는 백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간헐적 단식도 굶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쉬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간헐적 단식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 하루 24시간중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는 16:8 단식이다.

정 교수는 “과학계가 주목한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이 바로 간헐적 단식이다. 장기들에게 쉴 틈을 만들어주는 그 짧은 결핍의 시간이 내 몸의 잠든 생명력을 깨우는 최고의 명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메시스, 적당한 자극이 이롭다

호르메시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자극하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독성물질이나 스트레스도 아주 적은 양이 주어지면 오히려 생체기능을 자극해 몸에 이로운 효과를 낸다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운동을 하면 숨이 차고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며, 흔히 노화와 질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겉보기에는 몸을 혹사시킨다고 생각하겠지만 규칙적이고 적당한 강도의 운동이 만드는 활성산소는 오히려 몸에 유익한 신호로 작용한다.

적당한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은 스스로 천연 항산화 효소를 대량으로 뿜어내며 활성산소를 말끔히 청소하고 세포를 더 튼튼하게 개조한다. 운동이라는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몸의 방어력을 키워 치매나 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체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해로운 독이 되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강도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교수는 “최고의 노화예방제는 운동이다. 주의할 점은 울트라 마라톤 같은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활성산소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적절한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4세, 44세, 60세, 78세에 팍 늙는다

노화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아니다. 평온하게 잘 가다가 어느 순간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이 구간을 ‘노화의 변곡점’이라고 부른다.

34세를 전후해 첫 번째 파도가 친다. 우리 몸의 단백질 수치가 처음으로 급등해 노화의 기어가 작동하는 시기다. 특히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 같은 구조 단백질들이 변하면서 잔주름이 생기고 얼굴이 칙칙해진다. 그래서 30대 중반이 되면 ‘어 내 피부가 왜 이렇지’라는 말이 자주 나오게 된다.

44세를 전후해서는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입에 붙어 다닌다. 이 시기에는 알코올, 카페인, 지방을 분해하는 대사 관련 분자들이 급격하게 변한다. 술로 인한 숙취가 며칠을 가고, 커피 한잔에도 밤잠을 설친다. 고장난 대사 시스템 때문에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고 피부와 근육의 노화도 가속 페달을 밟는다.

60세는 여러 과학자가 공통으로 지목하는 위험 구간이다. 내 몸의 총 에너지 생산능력이 꺾이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신장기능이 약해지고 탄수화물 소화능력이 바닥을 친다. 피로회복이 더디고 근육이 쑥쑥 빠져나가 활성산소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78세에 마지막 파도가 오는데 혈액과 뼈를 만드는 시스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나 본격적인 노년기 질환이 찾아온다.

노화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약한 고리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간이 먼저 늙고, 어떤 사람은 심장이나 신장이 먼저 늙는다.

정 교수는 생활 속의 노화예방 지침에 대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깊이 잠든 사이에 뇌 속에서 경이로운 대청소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비타민과 미네랄,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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