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본래 모두 추상적이다

4개국 5명의 여성추상작가
어컴퍼니 18일까지 기획전
추상회화 매력 느끼는 전시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1-09 13:09:20

정은주 ‘무제’.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정은주 ‘무제’.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일반인들에게 추상화는 어떤 느낌일까. 미술 애호가들이 많이 늘었지만, 추상화는 여전히 뭘 그렸는지 모르겠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부산 해운대구 어컴퍼니 갤러리에서 18일까지 열리는 ‘SURFACE: STORIES’ 전시는 4개국 5명의 여성 추상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이다. 국내 유명 아트매거진인 ‘아트인컬쳐’ 김복기 대표가 기획했으며, 추상 미술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어컴퍼니 갤러리에서 특강까지 열고 추상 미술의 이해 방법, 전시 작가를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다. 이 전시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미술이란 본래 모두 추상적이다. 아무리 구체적인 대상을 그린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상상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설명은 이어졌다. 추상회화 중에는 우리가 봤던 어떤 사물을 의도적으로 암시하는 것도 있으며, 이런저런 의도 없이 어딘가 친숙한 사물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있다. 보는 사람에게 그 무엇도 떠올리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그라미를 보면, 많은 이들이 거기에 얼굴 모양을 겹쳐 보는 식이다.

표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를 전시 제목으로 선택한 건 추상 작가들이 표면이라는 매체 고유성을 어떻게 자기화하는지 살펴보라고 제안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어쨌든 오랜만에 부산에서 열리는 추상회화 기획전은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미술계에서 작가 보는 눈을 인정받은 김 대표의 추천 작가들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김이수 ‘앵프라맹스’.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김이수 ‘앵프라맹스’.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먼저 2명의 한국 여성 작가로 정은주, 김이수가 있다. 정은주 작가는 색을 표면 가득 담아낸다. 아크릴 물감이 캔버스에 스며들며, 캔버스와 물감을 수묵의 감각으로 다루며 표면과 물감의 일체화는 한국적인 미학과도 통한다. 색으로 켜켜이 쌓아 올려 중첩된 색면의 작품은 물감의 궤적을 보여주고 내면적 울림까지 느껴진다. 김이수 작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차이나 경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일정한 방향으로 아주 얇게 수십 차례 붓질을 하면서 미세한 그라데이션을 만든다. 수십 개의 아주 얇은 층은 시각적인 경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감각의 세계를 제시한다.

천리주 ‘명상 공간’.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천리주 ‘명상 공간’.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타키모토 유미 ‘expected color’.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타키모토 유미 ‘expected color’.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중국 천리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이들이 감탄하는 작가이다. 추상 미술이 약한 중국에 이런 작가가 있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천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 전면이 균질한 색면처럼 보이지만, 크고 작은 붓 터치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여러 겹의 색을 덧칠해 만든 깊이감도 놀랍다. 색채 질감 공백을 잘 활용한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일본의 30대 젊은 작가 타키모토 유미는 색채와 형태, 촉감을 자유롭게 다루며 조형미가 돋보이는 추상 작업을 한다.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나이프로 풍성하게 바르는 형식은 표면에 독특한 질감을 만든다. 마치 오래전 대가들의 화풍을 떠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베라 몰나 ‘Interruption-continuation’.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베라 몰나 ‘Interruption-continuation’.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어컴퍼니 갤러리에서 열리는 ‘SURFACE:STORIES’ 전 전시 전경.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어컴퍼니 갤러리에서 열리는 ‘SURFACE:STORIES’ 전 전시 전경.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마지막으로 2023년 작고한 프랑스 작가 베라 몰나의 작품도 있다. 퐁피두가 사랑한 작가로 유명하며 예술가 중 처음으로 컴퓨터를 활용해 기하학적인 추상을 선보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만든 도형 같은 형태가 특징이다. 차가운 컴퓨터 언어와 수학 사이에 따뜻한 추상적인 형태가 드러나게 하는 건 베라 몰나에게 거장의 칭호를 붙이게 했다.

이 전시는 18일까지 열리며 어컴퍼니 갤러리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된다. 일, 월,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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