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2% 고금리 부담 이제야 덜었다…에어부산, 아시아나 영구CB 상환

영구 전환사채 1000억 원, 아시아나가 인수
12% 고금리…뒤늦은 차환이라는 지적도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5-14 14:29:02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에어부산이 연 12%에 달했던 고금리 영구 전환사채(CB) 부담을 덜었다.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14일 에어부산의 영구CB 1000억 원을 인수하면서다. 그러나 2020년 발행한 영구CB를 이제야 ‘차환’한 데 대해선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인 에어부산에 ‘이자놀이’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14일 에어부산의 영구CB 1000억 원 상당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구CB는 발행자(에어부산)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영구CB는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연말 기준 919%에 달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이번에 영구CB 발행으로 마련된 1000억 원 가운데 500억 원은 기존 영구CB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고 5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한 2020년 이후 수차례 영구CB를 발행해 자금을 수혈했다. 이 가운데 3차례, 총 1100억 원은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영구CB를 인수해 자금을 지원했다.

영구CB는 상환 기한이 사실상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율이 높아져 재무 부담이 커진다. 에어부산이 2020년 6월에 500억 원을 발행,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한 영구CB도 초기 2년간 이자율은 연 7.2%였지만 이후 연 2.5% 금리가 가산되고 조정금리까지 적용되는 등 이자율이 급등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적용된 500억 원 영구CB의 이자율이 12.4%에 달했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 에어부산의 영구CB 1000억 원을 낮은 이자율(첫 2년간 5.5%)로 인수하면서 에어부산의 영구CB 이자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에어부산의 영구CB 상환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지난해까지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영구CB 600억 원을 상환하면서도 2020년 6월 발행한 영구CB 500억 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이후 에어부산 영구CB 1100억 원을 인수해 자금을 지원하면서 지난해까지 370억 원을 이자(영구CB 배당)로 받아갔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빨대’를 꽂은 셈”이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즌에 에어부산이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자본시장에서 이자율이 하락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영구CB를 조기에 상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쟁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은 2020년 연이율 2%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3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영구CB 인수와 관련해선 모회사 지분율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영구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적용되는 전환가액은 주당 2161원이다. 1000억 원의 영구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4627만 4872주로 이는 현재 발행된 주식의 약 39.7%에 달한다. 전환권을 행사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이 기존 41.9%에서 크게 높아진다. 이 경우 진에어로의 ‘흡수통합’ 등 기업 의사결정을 일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14일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 에어서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3600만 주를 1800억 원에 추가 취득했다. 에어서울은 2019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가 2023년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았다. 당시 개선 명령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약 3년이 늦춰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은 코로나19 이후 최근 2년간 영업이익률이 10∼20%로 국내 항공사 중 최고 수준을 달성하는 등 투자가치가 있는 회사”라며 “국토부의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고 안정적인 사업 지속 차원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의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8주를 동일한 액면(5000원)의 보통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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