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05-19 15:55:06
과거 보수 텃밭으로 분류됐던 부산·울산·경남(PK)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보다 우세한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여론 전환에 나섰다. 국민의힘 시당은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같은 지역 현안은 외면하면서 표만 요구하는 민주당은 부산시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민주당은 본격적인 외연 확장과 이 후보가 약속한 해양도시 부산 공약 실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제21대 대선 부산선거대책위원회는 19일 부산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불가를 선언하며 부산 시민의 가슴에 대못질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선대위는 “2023년 5월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해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적 조치는 이미 완료됐다”며 “남은 것은 산은법 제4조 제1항 소재지 조항 한 줄을 바꾸는 것이었는데, 이를 막은 것이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21대 국회 때 부산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간절히 희망한다며 기자회견까지 하고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는 산은법 개정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며 “민주당 부산시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제22대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기도 했지만, 이 후보가 산업은행 이전을 틀어막으니 전현직 국회의원도 시당도 태세를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글로벌허브특별법에 대해서도 “부산의 생존을 위한 문제인 만큼 법안이 통과되도록 역할을 하겠다던 부산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며 “이재명 후보가 입 닫으니, 부산 민주당도 침묵을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PK 균열 조짐을 보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불안감을 느낀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지난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3%포인트(P) 근소한 차이로 졌는데, 부산에서는 이 후보(38.15%)와 윤석열 전 대통령(58.25%)의 득표율 격차가 20.1%P나 났다. 그만큼 보수 정당에 힘을 실어줬던 부산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김 후보에 오차 내 우세를 보이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PK가 무너지면 대선 승리는 물론 향후 있을 지방선거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되기에 연일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현장 밀책 행보로 이 후보가 약속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HMM 본사 이전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꿈사니즘위원회는 이날 오후 부산과 울산 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꿈사니즘위원회는 미래 경제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중앙선대위 산하 조직이다. 민주당 이개호 꿈사니즘 위원장은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과제들은 많은 부분 이 후보의 공약에도 포함돼 있다”며 “이를 성실히 실천해 나가는데 전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