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5-05-19 17:56:57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에 있는 판막이 펌프질을 제대로 못하면서 혈액순환이 안되는 질환이다. 심장 판막이 잘 안닫혀서 피가 역류하거나 막힘으로써 여러가지 증상이 유발된다. 호흡곤란으로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고, 심하면 실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4단계 중증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면 된다.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진단이 어렵다. 과거에는 주로 수술을 했지만 지금은 가슴을 열지 않고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타비, TAVI)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부산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35.5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3.9%로 가장 높아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아주 취약한 도시다.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타비 시술팀(이한철 최정현 최정천 교수)으로부터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치료법에 대해 들어본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원인과 주요 증상은.
“태어날 때부터 판막에 기형이 있는 경우가 있고 노화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감염성 심내막염의 후유증으로 생기기도 한다.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왜냐하면 증상이 없게 하기 위해 심장에서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혈액순환이 안되어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면 굉장히 중증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럴 때는 바로 병원을 와야 된다.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아주 높아진다.”(최정현 교수)
-초기에는 어떤 치료를 받으면 되나.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약물 치료가 안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판막을 저속 노화시키는 방법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조절하고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는 것 외에는 딱히 특효약이 없다.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65세 이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65세가 넘으면 수술이나 시술의 차이가 크게 없으므로 타비 시술을 권한다. 수술 위험도(STS 점수)가 8이상의 고위험군은 시술, 저위험군은 수술을 먼저 추천한다.”(최정현 교수)
-타비 시술의 장점과 성공률은.
“수술은 가슴을 열고 진행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위험 요인들이 있다. 반면에 타비 시술은 다리 쪽에 0.5cm 정도 절개를 하고 수면마취 상태에서 진행된다. 1시간 안팎으로 걸리기 때문에 노인 환자들도 부담이 적다. 최근에 장비가 많이 개선됐고 사이즈도 아주 작아졌다. 시술 성공률도 99% 정도가 될 정도로 굉장히 좋다. 판막을 넣는 시술 자체는 거의 대부분 성공한다고 보면 된다.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술과 무관하게 혈관 손상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이한철 교수)
-시술을 할 때 보험급여가 확대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많이 줄었는데.
“지난 2022년 5월부터 보험 급여가 확대되면서 타비 시술건수도 많이 늘었다. 80세 이상 또는 고위험군(STS 8점 이상) 또는 수술 불가능 환자는 전체 시술비의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중위험군(STS 4~8점)은 환자가 50%를 부담하고, 저위험군(STS 4점 이하)은 80%를 부담한다. 타비 시술 성적이 좋기 때문에 보험급여 적용대상 나이를 젊은층으로 더 내렸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이한철 교수)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타비 팀의 경쟁력은.
“그동안 누적 시술 건수가 200건에 이르는데 영남권에서는 최고 실적이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과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진료과 간에도 팀웍이 좋아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흉부외과로, 시술은 순환기내과로 원활하게 전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최정천 교수)
-흉부외과에서 담당하는 수술은 어떻게 진행하나.
“가슴 정중앙을 절개하지 않고 갈비뼈 사이로 최소침습 수술을 진행한다. 전신마취 상태에서 심장을 잠시 세워놓고 심장 판막을 집어넣고 나온다. 회복 시간도 빠르고 통증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고령 환자들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 수술도 많이 간단해지는 추세다.”(최정현 교수)
-타비 시술 후에 재발이 되기도 하나.
“재발이라기 보다는 관리의 문제라고 봐야 된다. 영구적으로 쓸 수도 있는데 관리를 잘못해서 5년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계가 고장나는 시점은 환자가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최정현 교수)
-타비 시술 후에 재발 방지를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은.
“타비 시술 후에는 고혈압 당뇨 등의 동반질환을 약물치료를 통해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판막 시술 후에 심장재활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심장 내에 기구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감염의 우려가 항상 존재한다. 심장 초음파를 주기적으로 해보고 감염성 심내막염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최정천 교수)
“내시경 검사를 하거나 치과 치료를 받을 때도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장에 세균으로 인한 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주치의와 의논해 항생제를 쓰는 것이 좋다.”(이한철 교수)
-대동맥 판막질환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선천적으로 대동맥에 이상이 있는 분들은 50대 중반부터 주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한다. 퇴행성으로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대동맥 판막질환은 70대부터는 잘 발병하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빠뜨려선 안된다. 대동맥 판막질환 환자가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이한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