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06-23 09:45:13
은행권이 이재명 대통령 새 정부에 소상공인 지원을 전담하는 금융공사 설립을 제안했다. 또 디지털자산과 비금융 관련 진출을 위해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한편 은행 금리 등에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회원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은행권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효율적으로 돕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만 은행권이 지역신용보증재단·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에 출연한 재원이 2조 9942억 원에 이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1조 5000억 원 규모 이자 환급 등의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정책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키우려면 지원 전문기관, 가칭 ‘소상공인 금융공사’가 필요하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이 기관은 직간접 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보증, 컨설팅 등 수요자 관점에서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특화 서비스를 일괄 제공한다.
은행권은 한국 자영업자 비중(전체 취업자 대비·2023년 말 23.2%)이 프랑스(12.9%)·일본(9.5%)·독일(8.5%)·미국(6.1%) 등 주요국과 비교해 너무 높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과밀 업종의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가운데 폐업을 유도하고, 준비된 창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과잉 업종·상권 분석 결과를 지역신용보증재단 심사시스템에 반영하는 방안, 폐업을 고려하거나 폐업한 소상공인의 기존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장기 분할 상환이 가능한 가계대출로 바꿔주는 현행 은행 프로그램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보고서에는 은행업의 신사업 진출을 막는 각종 규제를 풀어 달라는 구체적 요구도 담겼다. 은행권은 “공신력이 크고 소비자 보호 수준과 소비자 접근성이 우수한 은행이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제약 사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겸영 업무에 디지털자산업을 추가하고 ‘금융회사의 핀테크(금융기술) 투자 가이드라인’에서 금융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의 범위에도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업을 더해 달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은행권은 고객 편의와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ICT(정보통신기술) 등을 부수 업무로 인정하고, 산업 융복합 흐름에 맞게 부수 업무·자회사 소유 규제 방식도 ‘원칙중심 규제’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들은 산업 전반의 경영 자율성을 인정해 달라고도 호소했다. 은행권은 “은행 산업이 금융시스템 안정과 실물경제 지원의 핵심이자 국민 생활과 밀접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은행 공공성에 대한 과도한 요구로 위험 관리가 왜곡되거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가격(금리 등) 결정, 배당 정책, 점포 전략 등 경영 전반에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세 납부 제도의 불합리성도 지적했다. 현재 금융·보험업자는 수익 금액의 0.5%를 교육세로 납부해야 한다.
현행 금융당국의 제재 방식과 관련한 불만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은행권은 “자본시장법 등 대부분의 금융업법에서 제재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나, 은행법은 금융회사(임직원) 제재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어떤 행위가 제재 대상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제재 사유를 법령상 의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열거해 달라”고 요구했다.